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일본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해 향후 증시 전망이 좋은 한국으로 재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로베코는 자산 2100억 달러(약 290조52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2017년 12월에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바 있다.
크랩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한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각까지 하고 있다"며 "금융업종 기업들이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 신뢰도에 대한 질문에 크랩 대표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도 결국 사람들이 믿지 않아서 양들이 늑대에게 잡아먹힌다"며 "한국에서는 실질적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소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며 "거래소가 기업에 적극적으로 공시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임금 인상, 공급망 다각화,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 예상과 다르게 금리 인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주식은 미국 대비 저평가돼 있어 다양한 알파(초과수익) 창출 기회가 있다고 봤다. 크랩 대표는 "일본에서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들 아시아 국가 내 유망 가치주의 견실한 재무 상태가 시장에 더 잘 알려진다면 선진국(DM) 주식과 밸류에이션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 투자 포인트에 대해서는 "높아진 인플레이션 환경과 전체 자산군의 가격 상승은 위험 요인으로 자산군 내 액티브 운용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에너지와 기후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공정 전환 등 주제가 점점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