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은행권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대신 출연금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명목상 세금만 아닐 뿐이지 금융사로서는 똑같이 비용을 부담하는 형식이어서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11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횡재세를 새로 부과하기보다 서민금융기금 출연요율을 상향하는 방식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 기류 변화는 증세론이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이 담긴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법인세를 내는 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걷으면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여당과 업계 반발이 거센 상황 속에서 횡재세 부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작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횡재세를 통해 무리하게 과세권을 확대하는 방안보다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확대, 기업 경쟁구조 확립, 유통·거래 관행 개선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야당은 기존 기여금이나 출연금을 강화해 횡재세의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을 통해 금융회사에 대해 출연요율을 조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정부에 이 같은 현행 법 조항 활용을 촉구하되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별도 입법을 통해 횡재세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는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하는 은행권 출연요율을 현 수준보다 인상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방식으로 기여금이나 출연금을 확대할 수도 있다.
결국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금융사로서는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지게 됐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자체·병원·학교 등을 대상으로 집행한 출연금 규모는 총 2580억8200만원이었다. 금융권은 올 들어 은행권 2조1000억원, 저축은행 등 중소 금융권 3000억원, 카드·캐피털업계 2200억원 등 상생 방안도 시행 중이다. 은행권은 서금원에 2022~2024년 총 1500억원을 별도로 기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이미 상당 금액의 사회공헌 노력을 하고 있는데 출연금 확대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도 경영 부담감이 커지게 됐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비이자수익을 확대할 여건도 조성되지 않아 금융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