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노력으로 대만은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됐다.”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IT 전시회인 ‘컴퓨텍스 2024’가 정식 개막한 가운데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축사에서 올해 행사는 더욱 특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인 TSMC를 주축으로 미디어텍(스마트폰용 칩)과 콴타(AI 서버 주문 생산) 등 자국 기업들로 구성된 탄탄한 반도체 공급망을 갖춘 대만에 AI 시대를 주도할 세계 반도체 거물들이 집결했다.
1981년부터 열리고 있는 컴퓨텍스는 미국 CES, 독일 IFA, 스페인 MWC 등과 함께 세계 5대 전시회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PC 시장 침체로 인해 파행을 겪었으나 올해는 생성형 AI 열풍으로 AI PC가 각광받으면서 예년보다 두 배 큰 규모인 30여 개국 1500개 이상 기업들이 4500개 부스를 꾸렸다.
더욱이 ‘TSMC 보유국’인 대만이 반도체 중심지로 급부상하면서 스타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집결하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사 AI 가속기에 들어갈 고대역폭 메모리(HBM) 관련 질문을 받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은 모두 HBM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도 그들이(삼성전자, 마이크론)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우리의 AI 반도체 공정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삼성전자 HBM이 발열 문제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기사에 대해 황 CEO는 “그런 이유로 실패한 것이 아니고, 그런 보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삼성과의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고, 어제까지 끝내고 싶었지만 안 끝났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공식 개막을 앞두고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AMD의 리사 수,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이 차례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엔비디아와 AMD는 잇따라 새로운 AI 칩을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어 이날은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올해 3분기 출시를 예고한 AI 프로세서 ‘루나레이크’를 비롯해 AI 가속기 '가우디3', 차세대 데이터 센터용 신형 프로세서 '제온6'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인텔은 업계 최강자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해 최신 AI 가속기 가격을 엔비디아 제품 대비 약 3분의 2 수준으로 선보이며 ‘가성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타이베이에 도착해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과 야시장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여온 젠슨 황 CEO도 이날 컴퓨텍스 전시장을 찾아 콴타와 위스트론, 기가바이트 등 현지 공급업체 부스를 방문했다.
한편, 컴퓨텍스 2024는 'AI 연결'을 주제로 오는 7일까지 나흘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