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블랙웰' 발표 3개월 만에 차세대 AI 칩 '루나'를 공개하자, ‘반엔비디아’ 전선에서 엔비디아를 가장 빠르게 뒤쫓고 있는 AMD도 1년 주기의 확장된 AI 가속기 로드맵을 공개했다. 앞서 AMD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기업 8곳은 AI 칩 연합을 출범시키며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3일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타이베이 난강전람관에서 열린 '2024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최신 AMD 인스팅트 AI 가속기 'MI325X'를 공개하고, 향후 2년간의 AI 가속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AMD 인스팅트 MI325X 가속기는 현재 업계 최고 사양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탑재한 제품이다. AMD는 또한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MI350'와 'MI400' 시리즈를 공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1년 주기로 새 제품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한 것이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을 최초 공개하며 향후 신제품 공개주기를 1년으로 단축해 업계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황 CEO는 루빈 GPU에 HBM4(6세대)가 최대 12개 장착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사양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엔비디아 AI가속기에는 4세대 HBM3가 들어간다.
특히 황 CEO는 이날 연설에서 TSMC와 폭스콘(훙하이) 등 대만 내 공급망 파트너 46곳을 직접 언급하며 ‘대만 연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루빈 GPU에도 TSMC의 3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질 세라 AMD 역시 '반엔비디아' 공조 전선을 과시했다. 이날 무대에 MS와 HP 등 파트너사의 주요 인사들이 수 CEO와 함께 오른 것이다.
AMD는 이날 코드명 '튜린'(Turin)으로 불리는 5세대 AMD 에픽(EPYC) 서버 프로세서와 AMD AI 지원 모바일 프로세서의 3세대 제품인 AMD 라이젠(Ryze) AI 300 시리즈, 노트북 및 데스크톱 PC용 AMD 라이젠 9000 시리즈 프로세서도 각각 공개했다. MS가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AI 기반 PC ‘코파일럿+’에 라이젠 프로세서가 탑재될 예정이다.
한편, AMD와 MS, 구글, 메타, 인텔, 브로드컴, 시스코, HP엔터프라이즈(HPE) 등 8개사는 최근 AI 가속기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기 위한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를 공식 출범했다. UA링크의 핵심 설립 목적은 ‘엔비디아 독점 타파’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