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코스피·코스닥 첫 '밸류업 공시' 보니… "첫술에 배부르랴"

2024-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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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에프앤가이드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

밸류업 선제 참여 노력과 '2% 부족' 아쉬움 교차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증시 투자자와 상장사의 비상한 관심 속에 지난 5월 24일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확정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상장사는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기업 밸류업'을 위한 목표와 전략 방향성을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공시, 일명 '밸류업 공시'를 할 수 있습니다.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높여 나가는 미래지향적 시각을 담아 투자자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죠.

당국은 이 가이드라인 확정 발표 직후 즉각 준비된 기업부터 밸류업 공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가이드라인과 가이드라인 해설서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공시를 작성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기업은 이를 참여해야 할지 검토 중이거나, 참여를 결정했더라도 아직 공시할 내용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있을 것입니다.
3일 현재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상장사는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KB금융, 3사입니다. 키움증권은 5월 28일, 에프앤가이드는 31일에 한국거래소에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를 냈습니다. KB금융 공시가 27일로 가장 빨랐지만 "올해 4분기에 밸류업 공시를 하겠다"는 단순 예고였죠. 코스피 상장사 키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 에프앤가이드가 각각 시장 내 기업가치제고계획 '첫 공시' 기업이 됐습니다.
 
"3개년 주주환원율 30% 이상 목표"… 키움증권 밸류업 공시
그럼 키움증권의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먼저 살펴 보죠. '기업개요'를 통해 엄주성 대표이사가 경영 책임자라는 점, 최대주주가 지분율 42.31%를 보유한 다우기술이라는 점, 2000년 1월 설립된 이래 코스닥을 거쳐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고 2022년 4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점 등 주요 연혁을 밝혔네요. 2022년과 2023년 결산 및 올해 1분기 결산 연결 재무 현황과 사업 내용도 제시했습니다.

'현황진단' 항목에선 증권사로서 위탁매매부문, 기업금융부문, 투자운용부문 사업별 손익과 부문 내 사업별 강점, 리스크 요인을 언급합니다. 과거 3년(2021~2023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율 추이를 수치로 나타냈고, 기업 스스로 판단하는 시황, 실제 기업가치 대비 시장 평가액의 괴리, '목표 주주환원율 제시' 등 과거 주주환원 노력을 언급했습니다.

뒤에 이어지는 '목표설정' 항목부터 투자자 눈길을 끄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키움증권은 3개년 중기 목표로 "업계 최고 자본효율성 기반 주주중시 경영"을 하겠다며 "목표 ROE 15%, 주주환원율(TSR) 30%, PBR 1배 이상"을 내걸었습니다. 이를 위해 비용 통제 강화와 자산 회전율 증대, 현금배당·자사주 취득 및 기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시행하겠다고 하네요.

또 키움증권은 '계획 수립 및 이행' 항목을 통해 "자산관리(WM)부문은 기존 온라인 브로커리지 역량과 새로운 온라인 자산관리 분야 수익원을 결합해 리테일 고객 특화 금융상품 잔고를 확대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초개인화 자산관리'에 나서겠다"고 합니다. 또 기업금융(IB) 및 S&T부문은 총자산이익률(ROA) 6%를 목표로 하는 우량 딜에 '선택과 집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밸류업 공시 자체는 처음이지만 키움증권은 지난 1년간 이행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주주환원 실적을 제시했어요. 당기순이익 3384억원 중 소각을 위한 700억원 규모 자기주식을 취득했고 881억원을 배당해 46.7%의 TSR을 기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시 마지막 '소통' 항목을 통해 분기 실적발표 당일 콘퍼런스콜 정례화, 경영진과 소통 강화, 월간 IR 자료 정기 제공, 영문공시 강화를 예고했고요.

코스피 1호 밸류업 공시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일례로 최근 1년간 이행했다고 밝힌 TSR보다 3년간 중기 TSR 목표치가 더 낮게 잡혀 있네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체 선정한 재무지표 중 주주환원용 자본 조달에 드는 비용을 의미하는 '주주자본비용(COE)' 분석, 다양한 위험도의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업에서 위험대비 수익성 평가 지표로 쓰는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A)'도 함께 제시했다면 좋았을 듯합니다.
 
에프앤가이드 밸류업, 정성적 목표 '지배구조 개선계획' 다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닥 1호 밸류업 공시인 에프앤가이드는 어떨까요? 이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 목표로 자산 효율화와 수익성 강화를 제시하고 올해 ROE를 작년과 같은 13.5%로 만들고 이를 2028년까지 18.0%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2023년 배당성향(26%)을 최저로 설정하고 단계적 상향을 추진하되 확정된 목표치는 올해 11월 기업설명회에서 내놓겠다고 합니다.

투자자 소통 강화 방안 면에서는 키움증권보다 좀 더 구체적입니다. 경영전략본부를 중심으로 각 사업본부와 이사회의 의견을 중개하고 IR팀을 통해 투자자 질의에 공개 채널로 답변하는 IR 소통체계를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5월 기업설명회 후 8월, 11월, 내년 3월 등 시점·기간별 사업실적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보강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어요.

키움증권과 달리 에프앤가이드는 지배구조 현황과 개선계획도 다뤘어요. 주주·이사회·내부감사기구 영역을 아우르는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현행 15개 중 6개보다 추가로 준수해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2025년까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부적격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 2028년까지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 '경영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 접근 절차 마련' 등을 하겠답니다.
 
밸류업 가이드 해설서 "투자자가 알고 싶어 할 정보 담아야"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첫 밸류업 공시로 기록될 이들의 선제적 참여는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투자자에겐 충실한 내용이 더 중요하죠. 이 '충실성'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긴 어렵지만, 투자자 눈높이에 맞추려면 발전할 여지가 많습니다. 기업가치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밸류업 공시 여부와 방식에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제된 형식이 없다면 기업들마다 이질적인 공시로 투자 판단을 저해할 우려도 있죠.

기업가치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대략적인 구성 항목 뼈대와 이를 채워 넣는 요령만 설명합니다. 한국거래소에서 가이드라인과 함께 배포한 '가이드라인 해설서'가 이러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 같습니다. 해설서는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목차인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에 맞춰 목차별로 포함될 수 있는 구성요소와 의미, 작성방법, 구체적 작성예시를 소개합니다.

가이드라인 해설서는 가치제고를 위해 선정한 지표가 재무지표든 비재무지표든 "기업가치 제고 계획 취지를 고려해 주주·시장참여자가 투자판단을 위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포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4월 발간된 신영증권 '일본 밸류업 사례연구' 보고서도 일본 거래소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투자자의 관점에서 자본 비용, 투자자의 기대수익률 등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고 하네요.

계획수립 유형은 내용에 따라 '사업' 또는 '재무' 중심 유형이 될 수 있고, 기업가치 제고 목표 달성에 임직원 보상 방안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행평가는 '결과'와 '투입'을 분리하고 목표 대비 달성률 초과·부족에 대한 원인 분석을 제시할 수 있고요. 사실 국내 기업 문화에서 임직원 보상이나 사업·재무 목표에 대한 투입 노력을 명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이런 제도는 가장 빨리 바꿀 수 있는 대상입니다. 이해관계자의 행동양식은 제도에 따라 바뀔 수 있고요. 가장 오래 걸리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인식과 문화입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이 인식과 문화를 바꾸려는 것이어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밸류업 공시 참여 기업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경험을 쌓는다면, 계획수립과 이행평가 항목에 투자자에게 핵심이 될 내용도 더 많이 담길 것입니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확산 지원체계를 가동했습니다. 2월말 '기업밸류업지원부'라는 전담조직을 설치했죠. 3월초 기업, 투자자,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12명으로 '밸류업 자문단'을 구성·출범했고, 5월 25일부터 KIND에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를 열어 온라인 원스톱 정보 창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 밸류업 공시를 돕는 교육·컨설팅, 밸류업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온라인·해외 간담회와 행사도 수차례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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