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배분한 이른바 ‘책무구조도’가 오는 7월 도입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임원은 물론 대표이사도 금융사고 발생 시 자칫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도입이 한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우선 적용되는 금융지주, 은행권이 책무구조도 마련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대표이사도 ‘법적 처벌’…당국, 금융사고 예방에 주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월 3일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는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권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같은 해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무화됐다.
금융권에서 책무구조도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대표이사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이 있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 임명돼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이에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시스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금융사고 규모가 크다면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임원 역시 책무구조도에 적힌 각자의 책무를 바탕으로 향후 금융사고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해 금융사고를 줄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임원은 맡은 책임 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임직원의 기준 준수 여부, 기준의 작동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건 잇달아 발생하는 금융사고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도 NH농협은행은 부동산 가격을 고가로 감정해 초과 대출한 사례가 2건 발견됐다. 업무상 배임과 공문서 위조 등 규모는 총 64억4625만원에 달한다. 최근 대규모 손실로 논란이 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역시 불완전판매 등으로 책무구조도 도입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
7월 ‘책무구조도’, 금융지주·은행 먼저…업계 첫 사례는 ‘신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건 금융지주와 은행권이다. 당국은 금융사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를 나눴다.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법 시행일인 7월 3일부터 유예기간 6개월을 포함해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낼 예정이다. 다만 책무구조도는 법 시행일 기준 최대 3년 이내 모든 금융사에 적용된다.
이미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책무구조도 마련에 분주해졌다. 신한금융그룹은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보험) 등 주요 4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업계 최초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 이어 신한금융지주도 올해 안에 책무구조도 작성과 이행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에는 이와 관련 임직원 대상 책무구조도 준비 현황, 추진 계획 등을 발표하는 설명회도 열었다.
KB금융그룹도 책무구조도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내부통제 제도개선 컨설팅도 추진 중이다. 올해 1월 부서장 대상 책무구조도에 대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연내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하나금융그룹은 내부통제 개선 TF팀을 운영하며 이행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법 개정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컨설팅 업체 선정 등 책무구조도 작성 작업을 추진 중이다. NH농협금융그룹의 경우 올해 1월 준법감시부에 책무구조도를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이어 컨설팅 업체를 선정하고, 올해 하반기 중 이행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