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진출을 통한 매출구조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올해 SMR 사업화 기반 구축에 나선 데다, 유럽 등 해외의 SMR 생태계 조성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예정된 영국 원자력청의 SMR 프로젝트 경쟁 입찰에 나서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SMR 설계 개발을 위한 소형원전 사업자 후보로 ‘현대건설·홀텍 인터내셔널 컨소시엄’ 등 6곳을 최종 사업자 후보군으로 추린 상태다. 앞서 홀텍은 올해 3월 영국 내 약 7억6700만달러 규모 SMR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확보에 나선 바 있다.
SMR은 기존의 대형원전과 대비되는 전기출력 300메가와트(MW) 이하의 소형원자로를 말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SMR 설계사인 미국 홀텍과 협력계약을 맺고, '팀 홀텍'을 구성해 SMR 개발과 해외 15개국에 대한 사업 동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일환인 현지 SMR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홀텍은 지난달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과 SMR 배치 및 원자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건설이 추진 중인 동유럽 SMR 밸류체인 확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오는 2029년까지 우크라이나에 SMR 20기를 배치하고, 인프라 전력망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도 동유럽 SMR 시장 참여를 위한 교두보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폴란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SMR 시장 진출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다. 루마니아는 도이세슈티 지역의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를 462MW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중 EPC 및 상세설계 분야에 대한 수주를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당 지역 화력발전소를 SMR로 교체 시 이르면 2029년 운영이 될 예정인데, 자사 시공 능력과 SMR 전문업체인 뉴스케일의 기술을 바탕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현지 회사를 설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를 SMR 사업 기반 구축의 원년으로 삼으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SMR 사업 참여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초 SMR 원자로 개발 방안을 담은 차세대 원자력 확보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SMR 사업과 관련해 원전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에너지 기업 외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에 자리 잡을 차세대 원전 기술이기 때문에 원전 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정부의 SMR 기술 개발이나 및 실증 등 관련 협업을 위한 대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