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상품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와 달리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 증시에서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부진한 국내 증시보다 해외 기초자산을 활용하는 신상품에 집중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21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ETN의 가치총액 합산 규모는 지난 20일 기준 15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ETF가 143조6000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3200억원 늘었고 ETN이 16조원으로 500억원 증가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ETF·ETN 가치총액은 이달 안에 160조원을 충분히 넘어설 전망이다. 주별 ETF·ETN 가치총액도 최근 4주(4월 22일~5월 17일) 연속 전주 대비 증가세를 나타내, 이 기간 누적 증가 액수는 7조원에 달했다.
이는 부진한 국내 증시 대비 상승가도를 달리는 해외 증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이달 국내 상장사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지만 코스피는 2700대 박스권에 갇혀 있고 코스닥은 900선에서 멀어졌다. 반면 지난 18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아시아 주요국 증시 20곳 중 14곳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거나 그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S&P500, 다우존스, 나스닥 등 미국 3대 지수는 지난주 일제히 최고치를 경신했고, 20일(현지시간) 나스닥은 1만6794.87에 거래를 마쳐 최고치를 또 새로 썼다.
이에 증권가는 미국 금리인하 기대와 글로벌 증시의 강세, 원자재 수급 변동성에서 수익 창출 기회를 찾아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ETF·ETN 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내 금속 계열 강세가 이어졌고,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이 지속해서 언급되는 구리 및 구리 채굴 종목도 강세였다"고 설명했다. 또 빅테크, 방위산업 등 이슈가 되는 종목이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글로벌 하이일드(고수익) 회사채 전반과 신고가를 쓴 은·구리 채굴 산업 등에 관심을 기울여 보라고 조언했다.
이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주식·채권이나 기초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미국 인공지능(AI) 및 방산업종 주식 테마형 ETN 4종목을 상장했고 메리츠증권은 미국채 투자 ETN 6종목을 상장했다. NH투자증권도 북미·유럽 상장사로 구성한 'iSelect 선진국 1등주 NTR 지수' 등을 기초로 하는 ETN 2종목을 상장했다. 이달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의 미국 지수, 기술주, 인도 대형주 투자 ETF도 연이어 상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