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들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른바 ‘이자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속 이자이익을 대체할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늘어나는 퇴직연금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1년 새 46.5조↑···은행권, 비이자이익 '퇴직연금' 공략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매년 성장해 최근 5년간 2배 규모로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총 규모는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335조9000억원)보다 46조5000억원(13.8%) 늘었다. 2019년(221조2000억원) 200조원을 돌파한 이후 3년 만인 2022년 다시 300조원을 넘어섰고, 매해 적립금 규모는 증가 추세다.퇴직연금은 회사가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직원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연금을 말한다. 크게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B는 회사가 알아서 운영하는 반면 DC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고 책임도 지는 방식이다. 또 IRP는 직접 운용은 물론 퇴직일시금 외 연간 1800만원까지 추가 납입할 수 있다.
매년 규모가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에 은행권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이자 이익을 더 늘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권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높은 예대마진(예금금리에서 대출금리를 뺀 은행 수익성 지표)으로 이자 이익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 주도하는 '신한'···은행들, 전문 상담부터 세미나까지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198조495억원으로 그중 신한은행이 20.4%(40조4018억원)를 차지했다. 이어 △KB국민은행 18.6%(36조8267억원) △하나은행 17.0%(33조6988억원) △IBK기업은행 12.7%(25조2023억원) △우리은행 11.9%(23조6632억원) △NH농협은행 10.5%(20조74889억원) 등 순이었다.은행들은 퇴직연금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먼저 신한은행은 은퇴자산관리 상담을 해주는 ‘신한 연금라운지’를 올해 추가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과 경기 수원, 울산 등이다. 프라이빗뱅커(PB) 출신 연금 전문가와 퇴직연금 전문 상담직원이 연금 종합컨설팅은 물론 세무 상담, 노후자산관리 등 고객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다음 달까지 IRP에 신규 가입하거나 다른 기관의 연금 계좌를 가져오는 고객 등을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어 고객 끌어오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엔 주요 4개 자산운용사와 함께 DB 퇴직연금 고객 대상 ‘2024 KB연금컨퍼런스’를 열었다. 중장기적 시점에서 결국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전망하에 실질적인 DB 적립금 운용 전략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하나은행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퇴직연금 기업 담당자를 위한 ‘2024 퇴직연금 손님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에 이어 오는 23일 광주에서도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또한 전국 6개 영업점에 전문 상담센터인 ‘연금 더 드림 라운지’를 운영 중인데, 은행권 최초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유선 상담 채널 ‘연금손님관리센터’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