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년 만에 유럽 순방에 나선 가운데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경계심이 커진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인텔 등에 대중국 수출 자격을 박탈한 데 이어 영국에서는 영국군의 시스템 해킹 배후로 중국이 지목됐다. 시 주석이 유럽 방문을 계기로 미국을 주축으로 형성된 서방의 ‘중국 견제 연대’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서방의 대중국 견제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화웨이가 AI 노트북을 내놓자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상무부가 인텔에 국가 안보에 중대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쉽게 내준 결과라고 질타해왔다. 인텔·퀄컴 등 일부 업체는 이날 즉시 수출 면허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또한 이날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은 중국 연계 해커들이 영국군 급여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랜트 섑스 국방장관이 이날 하원에서 국방부 계약업체가 위탁 운영하는 군인 급여 시스템에서 데이터 유출 문제가 발생해 전·현직 군인 27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섑스 장관은 배후로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악의적인 세력의 행위일 수 있다는 징후가 있으며 국가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원 국방위원장을 지낸 토비어스 엘우드 의원도 “급여 시스템에서 군 인력의 이름과 은행 정보를 겨냥한 것이 (배후로) 중국을 가리킨다”며 “재정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회유하려는 계획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미국 국무부와 함께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 집단이 국회의원과 학자, 언론인, 민주주의 활동가 등 수백만명을 위협하는 사이버 스파이 공작을 벌인 것으로 의심된다며 관련자를 제재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엔 해커들이 자료를 열람하긴 했으나, 내려받아 빼내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당한 급여 시스템은 영국 육해공군 군인의 이름과 주소, 은행 정보 등이 담겨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시 주석이 유럽을 순방중인 가운데 나왔다. 전날 2박3일간의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시 주석은 이날부터 세르비아에서의 일정을 시작한다. 내일은 헝가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의 유럽행에 대해 “유럽의 대미 유대를 느슨하게 하는 기회를 잡으려는 의도”라면서 “미국은 시진핑의 유럽 방문을 서방 동맹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노력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