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열린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구체적 합의 사안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양측은 의료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대부분 현안에선 의견 차이를 보였다.
영수회담 개최 후 하루가 지난 30일,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두고 '아쉬움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의견 차이가 크더라도 어려운 민생을 위해 두 사람이 성과물을 내길 바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사안이 많았던 만큼 2차 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일하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의대 증원 문제를 골자로 한 의료 개혁이었다. 의료 개혁이 시급한 국가 과제라는 것에 공감하고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 서로가 동의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료 개혁에 관해선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사항이나 방침 등은 도출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빈손으로 끝난 영수회담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영수회담 자체는 이번 정부 들어서 처음 열린 것이기 때문에 만났다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렇게 만났으면 성과를 만들어냈어야 하는데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은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다"며 "그나마 전향적으로 기대한 것이 민생회복지원금인데, 그마저도 어그러졌다. 사실상 서로 본인 주장만 하고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엄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아쉽게 됐다"며 "일각에선 '그래도 민주당이 도와준다고 하니 합의가 된 게 아니냐'고 하는데, 합의라고 한다면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기약한 '2차 회담'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지금의 정치 상황에서라면 이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뒤집으면 바로 데드덕에 빠진다. 민주당이 양보하면 의석의 3분의 2를 몰아준 민심을 배신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엄 교수는 "회담이 계속 열리려면 전날 자리에서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고 양보할 자세를 보였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며 "이 대표의 임기도 8월에 끝날지 연임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