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미국 대학 내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가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미국 캠퍼스 시위가 바이든의 선거 과정 중 '함정'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청년과 유대인 유권자 모두 현재 대규모 시위 국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로 최근 수세에 몰리던 미국 공화당 진영에서는 반격의 기회를 잡은 양, 이스라엘을 강력 비판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을 감싸는 이들 시위대를 강하게 질타했다. 뒤이어 이런 실마리를 제공한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을 크게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4일 컬럼비아대를 찾아 시위대에 "수업을 들으러 돌아가라. 지금 하는 행동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질타하며 샤피크 컬럼비아대학 총장에게 시위 발생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압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전날 CNN 인터뷰 도중 누군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폭력을 선동 중이라고 주장해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화당 인사들의 강경 발언은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한 행사장에서 "젊은 층이 이스라엘에 대해 그런 의견을 갖게 된 데는 아마도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틱톡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며 배후조종설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고 있다. 이 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엉망으로 운영되는 나라다"라며 바이든 행정부 정책 전반을 아울러 비판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정치학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시위가 보수 세력의 결집과 진보 세력의 분열을 노리기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공화당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결집하기 좋을 것"이라며 "공화당은 오랫동안 대학을 좌파 이념의 보루이며 인종-성별 문제에 대해 급진주의자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로 인식해 왔다"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면서도 "나는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규탄한다"며 모호한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와중에 24일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안보 지원안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보도했다.
한편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대선의 큰 쟁점은 아니라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 18일 하버드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가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 18~29세 유권자 가운데 18%만이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찬성했지만,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본 문제는 인플레이션(64%)이었다. 반면 중동문제(34%)는 현안의 중요성에서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각각에 거의 비슷한 비율로 동조를 표했다. 즉 이 이슈가 쟁점도 아니며, 해당 연령층에서 한쪽 집단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된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