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 10명 중 7명은 올해 시장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투자 의향이 있는 자산 1순위로는 부동산을 꼽아 부동산 시장 회복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대한민국 부자들 금융 행태를 분석한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올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관망)는 응답(70%)을 가장 많이 했다. 지난해보다 관망세가 20%포인트 늘었다.
올해 추가 투자 의향이 높은 자산 1순위는 부동산이었고, 실제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도 소폭 증가했다. 매입 의향이 있는 부동산은 중소형 아파트가 가장 많았고, 토지·꼬마빌딩이 뒤를 이었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유지됐고,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의향이 뒤를 이었다. 예술품이나 귀금속 등 실물자산 보유율도 지난 조사보다 증가했다. 금에 투자하는 부자 중 절반 이상은 추가 거래 의향을 보이기도 했다.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는 일부 변화도 감지됐다. 부동산 비중이 55%에서 50%로 축소된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43%에서 46%로 높아졌다. 금융자산 유형별로는 예금 비중이 15%에서 18%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예금 금리가 5%대까지 치솟는 등 고금리 여파라는 해석이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 가운데 3분의 2는 금융자산 운용을 통해 수익을 확보했다"며 "올해는 특히 채권 투자를 통한 매매 차익과 절세가 가능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가구 재정을 관리할 때는 남성이 '내 돈'을 관리한다는 인식이 높아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운용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주식이나 채권 등 직접투자 상품을 보유한 비율도 남성에서 최대 1.4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가족의 돈'을 관리한다고 여기며 가족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보험, 연금 등 위험에 대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안정형 상품은 여성이 재정을 담당할 때 5~11% 더 높은 보유율을 나타냈다. 투자 시에도 남성에 비해 직접투자 비율이 낮고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투자 관련 정보를 확보할 때 여성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동시에 가족 의견도 중요하게 고려했다"면서 "증여‧상속 등 자산 이전 시에도 남성은 자녀 외 배우자를 우선 고려했지만 여성은 자녀 외 조카와 형제‧자매 등 본인의 원래 가족을 포함해 더 폭넓게 고려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