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중동발(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며 '최상급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금의 가치가 급등한 반면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가상자산은 자금줄이 마르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6선에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도 신중해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엔저'로 엔화예금이 1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는데 차익실현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달엔 엔화예금 잔액이 하락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리스크에 취약한 비트코인의 매도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은 일주일 전보다 8% 하락한 6만38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닷새 전만 하더라도 7만2000달러 선까지 올랐지만 중동사태가 발발한 14일 6만1500달러로 후퇴한 뒤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알트코인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알트코인 중에서도 변동성이 높은 코인을 중심으로 최고 30%까지 폭락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그대로 흡수했다.
20일을 전후해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예정돼 있고, 홍콩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감이 자산시장 전반으로 확대되자 상승 재료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약세로 증권가도 당분간은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4·10 총선과 상장기업 1분기 실적발표를 발판 삼아 코스피가 최고 290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으나 이날 2600선이 붕괴되며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사태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각종 금융자산이 당초 예상했던 시나리오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