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내년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금투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는 일제히 불기둥 장세를 보이며 반등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이 문제를 유예 하거나 개선 시행을 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 수단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2년 유예를 발표했고, 야당과 줄다리기 끝에 시행 시기는 2025년 1월로 미뤄졌다. 그러다가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아예 금투세 폐지를 공론화 했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라며 그대로 시행한다는 기류였지만 이 대표가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완화·유예론을 꺼내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당내 찬반 목소리가 격돌했고,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당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하게 됐다.
이 대표가 '유예'를 넘어 '폐지'를 결정한 것은 이른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내세운 중도·보수층 외연 확장 행보로 풀이된다. 또 개미투자자들이 금투세를 '이재명세'로 부르며 반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진영의 비난·비판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늦었지만 금투세 완전한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자본시장을 밸류업하고, 투자자들을 국내시장으로 유인할 다각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별도 입장문을 내 "금투세 시행이 58일 남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결국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혔다"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1월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처리하도록 야당과 즉시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은 "금투세 과세 대상은 상위 1% '슈퍼개미'로 자산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또 부자감세를 시행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폐지 입장을 재검토하라"고 반발했다.
이번 금투세 폐지로 직접적인 세수감소는 없다. 다만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내년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증권거래세율을 꾸준히 낮춰왔기에 이를 환원시킬 방안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발표에 코스피는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 대비 46.61포인트(1.83%) 오른 2588.97에 장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25.03포인트(3.43%) 오른 754.0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