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동자의 1인당 실질임금이 또다시 줄면서 약 15년 만에 최장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과 교도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월의 ‘근로통계조사(속보치)’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전년 같은 달보다 1.3% 감소했다. 이는 1월의 전월치(1.1% 감소)보다 낙폭이 한층 확대된 것이기도 하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91년 이후 2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전후인 2007년 9월~2009년 7월 이래로 처음이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명목임금을 나타내는 1인당 ‘현금 급여총액’의 경우,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한 28만 2265엔(약 251만 7천원)으로 26개월 연속 증가를 보였다. 하지만 실질임금 산출 시 지표가 되는 물가상승률이 1월보다 0.8포인트 확대되면서 실질임금을 끌어내렸다.
현금급여총액 가운데 기본급에 해당하는 ‘소정내급여’는 2.2% 늘었다. 취업 형태별로는 정규직 근로자 등 ‘일반노동자’가 2% 증가한 36만 616엔(약 321만 5천원), ‘파트타임노동자’가 3.1% 증가한 10만 5268엔(약 93만 9천원)이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이 3.9% 증가하면서 가장 많이 상승했고 학술연구(3.8%)와 교육업(3.5%)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피를 위해 임금 인상을 기업에 독려해 왔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요구를 반영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4일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를 통한 평균 임금인상률이 5.24%로 중간 집계됐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렌고의 최종 집계에서도 임금 인상률이 5%대를 유지할 경우, 5.66%를 기록했던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5%를 웃돌게 된다.
문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으로까지 확대될지 여부다. 실제 도쿄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50대 여성은 “뉴스와 신문에서는 이번 춘투를 크게 보도했지만 지금까지 우리 회사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춘투 결과를 바탕으로 임금을 올리는 중소기업들도 적지 않다. 또한 춘투 결과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해진 최저임금 심의에도 참고가 되는 만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에도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춘투 결과는 3월 이후 실질임금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중소기업 임금 인상 확산 움직임, 물가 동향이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