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성수 등 노른자 부지에서 진행되던 부동산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매물이 쏟아지지만 시장 침체로 유찰만 거듭돼 건설·금융업계는 자금 회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자산처분시스템(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대지(2040㎡)는 지난달 공매로 나와 입찰이 6차례 예정됐다가 취소됐다. 해당 부지는 오피스 개발 사업지로, 부지 감정가는 2307억5710만원이다.
삼부토건이 2020년 11월 527억원 규모 시공계약을 맺었던 서울 성동구 도선동 20 외 5필지 복합건축물 개발부지도 지난달 공매로 나와 7차례 입찰이 진행됐으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왕십리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부지로 감정가 785억원에서 7회 차 최저입찰가는 462억원까지 내려갔다.
온비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개찰이 진행된 부동산신탁사 토지(대지) 매각 공매 건수는 총 8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5건 대비 267% 급증했다. 869건 중 낙찰된 건은 13건에 불과하고 유찰은 793건으로 91.25%에 달했다. 사업 좌초 후 '최후의 수단'인 공매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시공사·시행사뿐 아니라 돈을 빌려준 대주단들도 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알짜 부지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며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시장 호황기에 계획했던 강남 3구 중심 부동산 개발사업이 현재 올스톱된 상황"이라며 "사업 좌초만은 막기 위해 몇 년째 브리지론만 연장하며 호흡기를 달고 있는 시행사는 우리뿐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PF 부실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업계 체감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공매 유찰이 반복될수록 원금 회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부 사업장을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부실 사업장이 우후죽순 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