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을 고수했지만 연간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내지 못했다. 증원 규모를 둘러싼 갈등에만 매몰돼 있는 탓에 정책 추진 비용을 어디서 충당할지는 관심 밖으로 밀린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안을 고수할 경우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로 의대생 1명이 전문의가 되는 10년간 9억~10억원의 교육·수련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의과대학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 고용비와 학생 지원금, 시설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이 빠져 있다. 추가 정원을 받은 각 대학은 연간 140억~160억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
타국 사례를 보면 지난해 5000명 규모의 의대 증원을 결정한 영국 정부는 5년간 4조원(약 24억 파운드)의 재정 투입에 나섰다. 영국의 MSC(Medical Schools Council)는 의대 증원 시 필요한 비용을 연간 1조6500억원(10억 파운드)로 추산했는데 정부가 이 중 절반을 부담하기로 했다.
영국의 사례와 같이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의대 증원은 정부의 지원 없이 대학의 투자만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문제는 내년부터 의대 증원을 추진하려고 해도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 여파로 올해 총지출 증가율을 2005년 이후 최저인 2.8%까지 낮추며 허리띠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국내 소비·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감세 드라이브'까지 걸면서 재정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출 구조조정이나 (재정 투입) 우선순위 재조정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분야에서 예산을 덜어 (의대 증원 정책에)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수요를 받아 봐야 대학들이 원하는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