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를 운영하는 이혜민 공동대표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통해 1000만 주거래 은행이 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BaaS를 중심으로 한 '은행 아닌 은행'의 길도 고민하고 있었다. BaaS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도 핀다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당찬 포부 뒤편에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함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금융당국 주도로 대출비교 시장의 인프라가 빠르게 마련됐다는 점을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장의 고충을 함께 털어놨다. 앞으로 대출비교 시장이 더욱 민간 주도로 활성화해 더욱 다양한 모습의 시장이 펼쳐지길 기대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 다양한 창업경력을 가진 개척가에서 이제는 국내 1호 대출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9년차 핀테크 최고경영자(CEO)로서 자리하고 있다. 그간의 소회를 전한다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안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문제를 풀기에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출을 비교하고 좋은 조건으로 가입하는 서비스를 만든 것은 전 세계에서도 우리나라가 처음일 것이다. 사실상 온라인에서 조건들을 탐색하고 찾는 건 당연한 일이라 수요는 많았고, 해외에서도 광고 모델로 금융기관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는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1분 안에 조건을 비교하고 신청한 뒤 몇 분 만에 입금까지 끝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전혀 없었다.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창업가, 기업에서 대출비교 시장을 어떻게 개척했는지 관심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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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비교 시장에서 핀다의 영향력이 작지 않지만, 아직 핀다라는 업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핀다는 어떤 기업인가.
”핀다는 대출 전문 플랫폼이다. 현재 대출비교 서비스 중에 가장 많은 70개 금융기관과 300개 이상의 대출 상품을 즉시 비교하고 가장 좋은 조건으로 신청해서 대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대출비교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대출관리 서비스다. 지난달 기준 누적 198조원의 대출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연체하지 않고 갚는 형태로 서비스를 쓰고 있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카드값, 대출 이자 등을 관리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대출을 좋은 조건으로 바꾸거나, 여윳돈이 생겼을 때 어떻게 써야 할지 알려주는 등 현금흐름에 관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가 실제 대출 승인율이 얼마나 되느냐다. 대출비교 서비스를 이용하면 직접 발품을 팔았을 때보다 승인율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다 보니 대출이 필요할 땐 대출비교 서비스는 필수라고 볼 수 있다."
-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대출비교 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금융당국 중심으로 대출비교 시장이 생겼고, (핀다는) 이를 통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주체였다. 지난 2015년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1사(社) 전속주의 모범 규준 때문에 중개 행위를 할 수 없고, 관련 개인정보를 다룰 수도 없어서 사실상 플랫폼에서 비교행위가 불가능했다. 대출비교 시장이 많은 금융기관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올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까지 확대되는 등 대출비교 시장이 정부 주도로 빠르게 드라이브가 걸린 점은 고무적이다. 신규 대출 시장의 4분의 1이 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이뤄질 것이며, 앞으로 많은 금융사가 참여할 것이다."
- 현재 대출비교 시장의 아쉬운 점은 무엇이 있을까. 또 앞으로 대출비교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인프라까지 당국이 주도하다 보니 핀테크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려움도 공존한다. 먼저 인프라는 설득하고 나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신용평가(CB) 시장이 대표적이다. NICE와 KCB를 비교했을 때 기업가치, 금융기관 수를 보면 차이가 크다. 이는 NICE가 시장 개척자로서 상당한 이점을 누렸고, KCB가 이를 바꾸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빅테크와 경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차별성인데, 대출비교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다. 핀다가 대출비교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 트래픽이 많은 금융기관의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자 모두 같은 전략으로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점, 1등을 하기 위한 시도들이 대부분 막혀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프라 외 제공하는 서비스는 민간의 영역으로 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마이데이터와 결이 다르다. 마이데이터는 서비스 측면에서도 정부의 드라이브가 있어야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통해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 대출비교 시장은 모든 서비스가 결정된 인프라여서 차별화한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 개성 있는 핀테크사가 참여하지 못한 점은 당국도 아쉬워한 부분이다.”
"현재 똑같은 라이선스, 인프라, 규제로는 핀다의 경쟁력은 약하다. 가진 무기가 똑같으면 자본 싸움이 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직접 대출을 제공할 수 없다보니 다른 금융기관과 제휴를 맺고 중개를 하는 가운데 태생적으로 ‘서비스형 뱅킹(BaaS)’과 같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핀다의 장점은 차별화된 아이디어다. 빅테크처럼 트래픽이 많지 않다 보니 고객을 더욱 면밀히 파악해야 하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공하면서 가지는 연체율, 금융사기방지 등의 고민을 핀다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고객과 금융기관의 접점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문제 해결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는 누구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욱 좋은 조건이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어떤 시도가 필요한지, 어떻게 금융기관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고객의 어떤 데이터를 전달해야 하는지, 고객의 현금흐름 관리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등이 있다. 반대로 금융기관은 고객이 대출을 어떻게 잘 갚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핀다는 반도체 팹리스와 같이 중개(유통)부터 설계까지 도맡고 있다.”
- 핀다가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앞서 글로벌 BaaS 성장세와 시장 선점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핀다의 대출비교 서비스를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예컨대 시중은행 대출이 거절됐다고 해서 모든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대출이 막힌 고객에게 실제로 가능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고, 카드 결제 등이 어려울 때도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제안하는 등 더욱 현명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대출을 받기 편리해지면서 신용관리 측면에서도 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유리해졌다. 이런 서비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올해 상반기 중 두어 개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핀다가 새로이 만들고 있는 평가 모델이다. 최근 ’N잡러‘ 등에 따른 소득 창출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신용평가는 안정적인 직장인, 그중에서도 대기업 위주의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신용평가를 만들고 있다. 또 은행 라이선스는 없지만 BaaS를 통해 은행 인프라를 빌려 쓰고, 가칭 '핀다 통장'을 만들어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
- 최근 핀다는 JB금융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도 확보했다. 공통된 목표는 무엇이고, 핀다는 JB금융과의 파트너십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공통된 목표는 핀다가 잘 되는 것이다. 직접 은행 라이선스를 따지 않더라도 빌릴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금융기관에 핀다만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도 꺼리는 곳이 전통 금융권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전북은행의 신규대출 비중에서 3분의 1이 핀다에서 이뤄졌다. 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있다. 핀다가 보유한 데이터, 대출 위험관리, 고객 평가 방식, 여신 전략 등을 통해 JB금융의 업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 입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JB금융의 만족도도 높았다.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파트너가 생겼고, 계속 손발을 맞춰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 박홍민 대표와 함께 ‘1000만 주거래 은행’을 최종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앞으로 핀다는 어떤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은지.
"국내는 1000만 주거래 은행이 상징적 목표다. 해외 시장에서도 대출에 대한 고민과 불편함은 똑같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선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도 있다. 많은 동남아 네트워크를 확보한 JB금융을 통해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 핀다의 전략이나 비전은 인터넷은행이나 챌린저뱅크와 맞닿아 있다. 기존 은행보다 더욱 가볍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형태다. 그렇다고 반드시 라이선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직접 쓰는 것과 빌려 쓰는 것 양쪽 모두 고민하고 있다. 핀다의 최종 목적지는 ’은행 아닌 은행‘이 되는 것이다. 하나의 은행에서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라 핀다를 통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서비스를 제공받고, 또 금융 관련 의사결정을 종합적으로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