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도전 꺼리는 삼성, 퇴색되는 선대의 성공 신화"

2024-03-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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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선안의 선례가 있어? 없으면 결재를 할 수가 없어" 삼성의 반도체 연구·개발(R&D) 부서에 근무하는 한 30대 직원이 작년 가을 상사에게 반도체 수율 개선안을 제출했을 때 들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부문에서는 중국업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주요 사업 부문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변화 부족했던 10년 삼성은 "일본으로부터 배우자"라는 기치 하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2000년대 들어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4가지 주요 부문에서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으나 동시에 학습 모델을 잃어버렸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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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이상 임원 임기 1년…단기적 성과에 치중

HBM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 내주는 결과로 이어져

지난 10년간 변화 부족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개선안의 선례가 있어? 없으면 결재를 할 수가 없어"

삼성의 반도체 연구·개발(R&D) 부서에 근무하는 한 30대 직원이 작년 가을 상사에게 반도체 수율 개선안을 제출했을 때 들었다는 말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삼성이 도전을 꺼려 하는 고질적인 사내 문화로 인해 선대에서 이룩한 성공 신화가 퇴색되고 있다고 25일 진단했다. 나아가 이는 한국 경제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위 직원은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시도하기를 원했다"면서, 결국 상사에 의해 자신의 제안이 거절됐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은 (직원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보장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나는 내가 원했던 것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삼성에서 상무 이상급 임원들의 임기는 1년이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에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삼성은 소위 '대기업 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엔지니어들은 반도체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로 이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삼성과 달리 SK하이닉스는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한 SK하이닉스 엔지니어는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않으면 삼성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내 문화의 차이가 바로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우위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칩 선두업체인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심층 구축하며 HBM 분야에서 삼성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실제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HBM이 경쟁사에 밀린 것 같다'는 주주의 질문에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부문에서는 중국업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주요 사업 부문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변화 부족했던 10년 

삼성은 "일본으로부터 배우자"라는 기치 하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2000년대 들어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4가지 주요 부문에서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으나 동시에 학습 모델을 잃어버렸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이에 삼성이 4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구축한 사업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사업 구조의 변화가 부족한 것이 흠이라고 부연했다.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후 삼성전자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대체로 평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는 평가이다.

반면 이전에 비슷한 길을 걸었던 소니, 히타치 등 일본업체들은 같은 기간 중 사업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고 그 결과 주가도 저점 대비 10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삼성을 분석해 온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은 투자 경쟁의 치킨 게임에서 계속 승리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경쟁의 법칙이 바뀌었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10년전 고 이건희 회장의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회장직을 맡게 된 이재용 회장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연루 등으로 사업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회장 직속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대내외 전문가들을 모아 '삼성의 미래' 설계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해당 조직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 관계자는 "올해 말이면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재용 회장이 실제 (삼성) 지도자가 된 지 거의 10년이 됐다. 간부 인사와 의사 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매출 50조엔(약 440조원) 규모 거대 재벌의 운명이 그의 양 어깨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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