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중 국가인 브라질이 중국을 겨냥한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이 경기 침체로 인한 재고 물량을 저가 수출로 밀어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중국과 우방국 간의 무역 긴장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자국 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지난 6개월 사이에 최소 6개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가장 최근에 조사를 시작한 건 철강 분야다. 이달 초 브라질 대형 철강 생산업체인 CSN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특정 유형의 중국산 탄소 강판 수입이 85% 가까이 증가했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브라질 업계는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제품에 9.6~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는 18개월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브라질은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철강 수입 급증은 브라질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브라질의 중국 철강 수입량이 증가한 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내수 위축으로 재고가 누적되면서 중국 내 상품이 헐값에 밀려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중국 해관(세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1~2월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은 1591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늘었고, 수출 평균 가격은 톤당 791.2달러로 32.1% 하락했다.
철강뿐만 아니다. 2018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화학물질 무수 프탈산의 중국 수입량은 20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이어 수입량은 2배 증가했는데, 이 중 80%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미국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액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중국 주도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국 협력체)에 참여하고 있는 우방국 브라질까지 합세하면서 중국발 무역 마찰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중국 수출품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세는 중국과 일부 주요 경제국 간의 무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