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매진하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주요 법안의 재의 요구 여부가 정치권에 혼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행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양곡관리법·국회법 개정안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양곡법을 포함한 6개 법안에 관한 안건은 내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는다"며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한덕수 권한대행이 말한 대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판단을 하려고 하고, 기한이 남아있는 한 정부가 국회와 소통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여야의 의견 들은 후 금주 중에 재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농업4법'의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지난달 28일 간담회에서 "제도적으로 시행이 곤란하다.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타법률·기존 제도와의 충돌, 국제 통상 규범 위반, 수급 불안 심화, 막대한 재정 부담 등 농업·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등 거부권 건의 의사를 밝혀 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달 28일에도 "위헌 소지가 크다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달 13일 이들 법안에 대해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재의요구권을 공식 요청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은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해 양곡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는 등 농가 소득 보호를 골자로 한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는 '자동 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한 대행이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 경우 국정의 안정화는커녕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야의 극심한 갈등이 불가피하다.
특히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다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한 대행의 거부권 가능성과 관련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경고성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