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금융권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이슈나 부동산 관련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 됐음에도,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며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 임무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외이사들이 견제·감시 역할은 하지 않고 최대 1억원을 넘는 보수까지 챙겨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사외이사는 총 37명이었다. 회사별로 보면 △KB 7명 △신한 9명 △하나 8명 △우리 6명 △NH농협 7명이었다. 이들은 금융지주가 개최한 총 68차례(162건)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162건의 결의안건 중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외이사들이 위기를 방관하는 사이 홍콩ELS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홍콩ELS 원금 만기 규모가 10조2000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금융권은 해당 기간 손실 규모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와 유동성 위기설이 지속됐고 이후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발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한 시장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사외이사들이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은 △위원회 기능과 역할의 충실성 △안건 내용의 충실성 및 충분한 정보제공 등의 항목에서 자신들의 활동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NH농협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들도 모든 평가 항목에서 스스로 최고 등급인 'S'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들의 지난해 평균 보수가 7531만원에 이르면서 비난 여론에 불을 지피는 형세다. 특히 홍콩ELS 손실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3명의 보수가 1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달 말 사외이사들의 선임이 확정되는 주총에서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올지도 관심이다. 앞서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3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의 사외이사 후보 연임 안건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라임·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채용 비리 등 각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와 관련된 임원에 대해 별도 대응하지 않았다며 유임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