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 계약 때 보증금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금융기관 등에 예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 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5일 발표한 '주택 임대차시장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2022년 8월 이후 전셋값이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했으며, 최근까지 미반환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세금 미반환 위험은 보증금 2억원대 주택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전에는 3억원 이상인 주택의 전셋값 변동성이 높았지만, 2020년 이후부터 3억원 미만 주택의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다. 2021년에는 1억원 미만 주택의 전셋값 상승이 다른 가격대의 주택보다 더욱 높았다.
이에 연구원은 임대차 보호 및 지원 정책 대상을 시장 변동성과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노출된 전셋값 5억원 이하 주택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를 담당한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격대별, 지역별, 소득 계층별로 보호 대상을 명확히 설정해 지원을 강화하고, 고가 전세에 대해서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자본 갭투자를 막기 위해 임대차보증금의 10%가량을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세 보증금이 2억원이라면 집주인이 10%인 2000만원을 빼서 쓰지 못하도록 예치해두는 등 에스크로(결제금 예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다만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없는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보증금 예치를 면제해 임대사업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임대차시장의 월세화에 대비해 월세 세액공제의 소득 기준을 지금보다 높이고, 전세에 유리하게 제도를 개선해 전월세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