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규제를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입장차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신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규제보다는 진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문체부는 부작용을 우려해 게임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의에서 과기정통부가 제정한 '메타버스 진흥법안(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 처리를 유예했다. 법안에 포함된 '임시 기준' 내용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포괄해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조승래·허은아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병합했다.
실제 문체부를 중심으로 법안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메타버스 내 게임에 대한 규제 공백이 생겨 보상으로 코인·대체불가능토큰(NFT) 등 현금 교환이 가능한 상품을 지급하는 게임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서 금지된다. 지난 24일 회의에서도 자칫 메타버스가 온라인 도박의 도구로 쓰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의가 나왔다.
법안 제5조에는 메타버스산업 진흥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을 제외한 모든 법안에 우선해 적용된다고 명시됐다. 이에 문체부는 게임에 관한 사항은 게임산업법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우려가 반영돼 이번 주에 열릴 제2차 전체회의에는 일부 내용을 수정한 법안이 제출된다. 임시 기준 정의와 적용 절차 등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게임 관련 내용은 게임산업법 적용을 받도록 했다.
메타버스 관련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간 의견 대립은 이전부터 지속됐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 게임을 게임물 범주에 포함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게임과는 별개로 보고 자율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체부는 게임 범주에 넣어 예외 없이 게임산업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메타버스 내 게임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고, 본인 인증과 과몰입 방지 시스템 등도 마련해야 하는 등 각종 규제가 사업자들에게 추가된다. 이에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제트 등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자들은 메타버스의 게임물 적용에 반대했지만 문체부 입장은 확고하다.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통3사와 네이버제트 등이 회원사로 있는 메타버스산업협회는 지난 17일 문체부 간담회에서 메타버스의 게임산업법 적용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주로 콘텐츠 기업이 속한 한국실감메타버스콘텐츠협회는 최근 메타버스 진흥법안의 임시기준이 게임사 등 콘텐츠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사들의 게임은 게임산업법 규제를 받는 반면 메타버스 내 게임은 이러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