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등 종교인에게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공직선거법 85조 3항과 255조 1항 9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참여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광주에 있는 한 교회 목사인 박모씨는 20대 대통령 선거 전인 2022년 1월 6일 예배에 참석한 신도 20~30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의 당선을 반대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박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 등은 공직선거법 85조 3항과 255조 1항 9호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각 법원에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 85조 3항은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255조 1항 9호는 85조 3항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공통된 신앙에 기초해 구성원 간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종교단체의 특성과 성직자 등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를 가지는 사람이 가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에는 처벌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무상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히 친분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직무 이용 제한 조항에 따른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며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과 의사 표시, 명절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 등은 애당초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으므로 직무 이용 제한 조항으로 인해 통상적인 종교 활동이나 종교단체 내에서의 친교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결정은 종교단체의 구성원들이 공통된 종교적 신념을 기초로 빈번하게 종교 집회나 교육 등의 활동을 공동 수행하면서 상호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 성직자 등의 종교단체 내 지위와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