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유예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 등 쟁점 법안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의장 주재 회의를 개최하고 중처법 관련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와 '산업재해예방 예산 2조원 확보'를 유예안 통과 조건으로 내건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유예 조건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처법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여야의 입장 차이가 있어서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일 오전까지라도 계속 협의를 이어가도록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내일 의원총회에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전히 정부여당 측에서 성의 있는 안을 갖고 오지 않았다"며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중처법 유예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 중처법 유예를 촉구했지만,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무산되면서 당장 27일 확대 시행이 유력해졌다.
김 회장은 홍 원내대표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시행 유예 법안이 국회를 꼭 통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민주당에서도 조정할 용의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회장과 만나 "법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 2~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민주당의 요구조건에 대해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조치할 것은 조치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구했으나 마이동풍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재계가 당초 민주당이 제시한 '3대 조건' 충족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민주당이 전제조건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3대 조건은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구체적인 지원방안 수립 △2년 후 반드시 시행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중처법 적용 준비 부족에 대해 사과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유예기간 연장 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면 현장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여력이 부족해 사업 지원, 안전 관리, 노무관리, 마케팅을 모두 수행한다"며 "사업주가 사고 발생으로 구속되면 근로자 고용 불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특별법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산업은행의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이 같은 법안에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2+2 협의체'를 조성하고 정기적으로 이 같은 법안 처리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일 회의가 취소된 이후 협의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