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까지 시간이 ‘90초’ 남았다는 과학자들의 상징적 선언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핵과학자회(BAS,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구가 멸망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을 지난해와 같이 자정 ‘90초’ 전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이 시계의 초침이 자정을 가리키면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올해도 90초로 유지한 근거는 ‘핵 위협’, ‘기후 변화’, '인공지능(AI)'과 신규 생명 공학 포함한 파괴적 기술 등이다.
레이첼 브론슨 BAS 회장은 “전 세계 분쟁 지역은 핵확산 위협을 안고 있고, 기후 변화는 이미 죽음과 파괴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AI와 생물학적 연구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은 안전장치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와 (90초로) 변함이 없는 것은 세계가 안정적이라는 표시가 아니”라며 '종말 90초 전'은 매우 불안정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핵무기 사용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1945년 창설된 BAS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의 과학자가 주축이 돼 지구 멸망 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하고 1947년부터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했다. 매년 멸망 시점은 핵무기의 개수, 환경 오염 정도 등을 감안해 산정된다.
최초 자정 7분 전으로 설정된 이 시계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하던 1953년 종말 2분 전까지 이르렀다가 미소 냉전이 완화된 1991년 전략무기감축협정 체결 후 17분 전으로 가장 늦춰졌다.
이후 핵무기가 여전히 남아있고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등의 감염이 확산하자 2019년 시계 초침은 자정 2분 전으로 옮겨졌다. 2020년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위기 등을 이유로 자정 전 100초까지 이동했고, 지난해 90초 전까지 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