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중국 허베이성에서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이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우리나라도 아직 코로나19의 상처를 다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제 저성장 위기가 화두다. 저성장은 우리가 예견하지 못한 위기가 아니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이른바 ‘회색 코뿔소’다.
저성장이라는 이름의 코뿔소는 큰 덩치를 이끌고 우리를 위협하며 걸어오고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싸우기 위해 저성장 극복에 필요한 4년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최근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며 경제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2%대 성장을 기록하기 힘겨워 보인다. 2%대 중반의 성장률을 저성장이 걱정된다고 하던 때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 경제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지 체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 국내 잠재성장률이 조만간 1%대로 하락할 우려를 제기하였고, 한국개발연구원은 2040년에는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0%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왜 저성장 구조로 변화하였나? 첫 번째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으로 OECD 꼴찌다. 가임 기간(15~49세)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가 채 1명도 안 된다는 의미인데,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 미만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로, 2050년에는 생산 가능한 인구(20~64세) 1명당 약 0.79명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만 한다. 인구 고령화는 한 국가의 수요와 공급 양쪽 측면 모두에서 쇠퇴를 불러온다. 고령화는 노동 투입을 감소시키는 문제도 있지만, 보건‧복지 관련 정부의 부담도 증가시킨다. 즉 고령화는 소비 둔화와 생산력 저하, 그리고 정부 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이다.
그렇다면 우리경제가 저성장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해법은 늘 문제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먼저 저출산 대책이 최우선 과제이다. 소비, 생산, 정부 부채 문제와 직결되는 고령화 문제 해결 없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뿐만 아니라 그간 대기업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성장 모델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다양하게 키울 필요가 있다. 과감한 모험자본 투자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성장을 통해 산업구조를 소프트웨어나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에 대한 지속 투자를 통해 여타 글로벌 기업과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부분 유사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저성장이라는 늪을 벗어나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실패라는 쓴맛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 같다고나 할까. 위기를 탈출하는 길은 보통 험난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부터 국가 전체가 온 힘을 다해야만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