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만취한 남성을 집 앞에 두고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그를 집에 데려다준 경찰관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책임을 지운다며 반발이 일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북 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A경사와 B경장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400만원의 약식 명령(검사가 제출한 서면만 보고 피고인에 벌금을 처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한 경찰관은 커뮤니티에 댓글로 "(주취자 보호 조치 시) '보호자한테 연락하고, 병원에 보내면 되지'라고 쉽게들 말한다"면서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무연고자일 경우 보호자가 없는 경우도 있고, 휴대전화도 잠금이라 쉽게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경찰관은 댓글에서 "주취자 본인이 괜찮다고 하면서 귀가한 것을 왜 경찰에게 책임 지우나. 나쁜 판결의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에는 "주취자를 어디까지 모셔다드려야 업무상 과실치사를 면할 수 있나", "앞으로는 주취자 집에 안방까지 가서 이불 덮어주고 물도 떠다 주고 나와야 한다"는 자조 섞인 비판까지 이어졌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보호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특별한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 경찰 외 소방 당국, 지자체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 체계나 역할 분담도 명확하지 않다.
현장 경찰관들의 지적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진화에 나섰다. 윤 청장은 전날 주재한 주간업무 회의에서 "조직이 왜 구성원을 지켜주지 못하느냐는 반응이 있다면서 청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다양한 지원 방법을 마련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실감한다. 법무와 감찰, 범죄 예방을 포함한 관련 기능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