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는 15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 두 번째 공판에서 "범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누구냐"는 검사의 신문에 "이씨와 남현희"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씨의 경호원 역할을 하면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21억9000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전씨 지시에 따라 사용하거나 이체했다는 혐의(사문서 위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해 2월께 전씨에게 고용됐다.
전씨가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1억500만원에 3개월 단기 임차했을 때도 이씨 명의로 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전 연인이었던 남씨에게 준 '가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블랙카드 역시 이씨의 명의였다.
이날 증언 중에는 가장 큰 피해자 박모씨로부터 받은 투자금 일부를 미국 달러로 편취, 전씨와 이씨, 남현희 셋이 나눠 환전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이씨는 "전씨의 실체를 몰랐으며 단지 고용인인 전씨의 지시를 따랐다"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다른 경호원들이) 사기 전과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전씨에게 물었고 전씨가 '맞지만, 양어머니 A씨 때문에 생긴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씨는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유명 기업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를 하며 온라인 부업 수강생들에게 애플리케이션 개발 투자금 명목으로 27억2000만원 상당 금액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22년에도 피해자 5명으로부터 같은 수법으로 3억5800만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또 남성 주민등록증 등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제시했었다.
일부 피해자에게 전씨와 사기를 공모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남씨는 경찰에 '공범이 아닌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남씨는 전씨에게 선물 받은 벤틀리 차량과 귀금속 등 총 44점을 경찰에 자진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씨 관련된 사기 피해자는 32명, 피해액은 36억9000만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