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서울 송파구 한강 변에 있던 토지가 대홍수로 국유화된 사실을 모른 채 매각한 원소유주에게 서울시가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A씨 유족 12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족 측 청구를 받아들여 서울시가 47억94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러한 가운데 토지 매각이 이뤄지기 전 1972년 8월 서울에서는 이틀간 393.6㎜에 달하는 폭우가 내려 한강 유역 농경지 약 121㏊가 물에 잠기는 대홍수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1974년 해당 토지를 잠실지구 토지구획 정리 사업 대상지에 포함했고, 1982년에는 토지대장이 폐쇄됐다.
이후 이 토지 최종 소유자인 B씨는 2002년 송파구청 측에서 국가 하천 편입에 따른 손실보상금 4억200만원 상당을 받았다.
하지만 A씨 유족은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이 토지가 하천으로 편입돼 국유지로 변경된 것을 모르는 상태로 매각해 매매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시를 상대로 손실보상금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홍수로 인해 토지가 하천 구역에 편입된 후 국유화됐기 때문에 B씨와 체결한 매매 계약은 이미 포락(논이나 밭이 물에 쓸려나간 상태)된 부동산에 대한 매매이므로 무효"라며 "서울시가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974년 토지구획 정리 사업에 따라 이 토지가 국유화된 것으로 A씨 유족이 1973년 토지를 매도했을 때 손실보상 청구권까지 함께 양도했고, 토지를 매입한 B씨가 이를 행사한 이상 다시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1972년 8월 발생한 대홍수로 해당 토지가 하천 구역으로 편입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A씨 유족 측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973년 매각 계약은 무효이며, 손실보상 청구권을 양도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2년 B씨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더라도 진정한 소유자 내지는 승계인인 원고들에게 손실보상금 지급 의무가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정적인 증거로 당시 항공사진도 제시했다. 1966년 항공사진을 보면 해당 토지가 밭으로 사용됐지만 1972년 11월 사진에는 대부분 물에 잠겨 있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1971년 한강 방수제 축조와 구획 정리 사업을 진행할 당시 작성한 포락지에는 해당 토지가 포락지로 기재됐다"며 "인근 토지는 다른 재판에서 포락된 사실이 인정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