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ADC(항체-약물 접합체)가 화두죠.”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진 바이오 기술로 ‘ADC’를 꼽았다. 글로벌 빅파마가 콘퍼런스를 통해 ADC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데 이어, 관계자들 사이에선 ADC에 대한 질문이 쉴 새 없이 오가기도 했다.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ADC가 떠올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는 ‘항체’(Antibody)에 특정 암세포 항원 단백질을 타격하는 ‘세포독성 약물’(cytotoxic Drug)을 ‘화학적 결합’(Conjugation)한 플랫폼이다.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해 암을 잡는다. 이는 기존 화학 요법과 비교해 약물 독성과 정상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도 불린다.
우선 콘퍼런스 첫날인 지난 8일 존슨앤드존슨(J&J)은 ADC 개발사 앰브릭스 바이오파마를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J&J는 “인수절차는 올 상반기 마무리할 것”이라며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ARX517’ 1/2상 APEX-01 임상 연구에 속도를 내고, 새로운 후보물질도 발굴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올해 ADC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회사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ADC 의약품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ADC 기술이 주목받는 만큼 글로벌 빅파마의 시장 진입이 이어지면서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존림 대표는 콘퍼런스 발표 전 기자들과 만나 ADC 시장 진출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많이 진입하고 있어, 우리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바이오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테크’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어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국내 첫 투자처로 ADC 기업인 ‘에임드바이오’를 택했다. 이 회사는 항체와 ADC를 활용해 7종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ADC 공장 준공과 투자 단행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보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높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 ADC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것은 기존 고객사들의 ADC 개발에 대한 CMO(위탁생산), CDO(위탁개발) 사업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엄 연구원은 “세계적인 대형 제약사들이 자체 공장 생산만으로는 약가가 인하된 상태에서 이익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CMO 계약이 필수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해야만 이익을 유지할 수 있어 수혜가 전망된다”고 봤다.
◆ “검증된 ADC에 베팅, 금액 최대치”
ADC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업계의 기술 거래도 이곳에 집중된 모습이다. 전체 기술 거래 건수는 줄었으나, 금액은 최대치를 찍은 이유가 ADC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별로 기술 거래 건수는 감소했다. 4분기 라이센싱 거래는 108건으로, 3분기(115건)보다도 줄었다. 반면 거래 금액은 지난해 4분기 금액이 총 630억 달러(약 83조원)에 달해 최근 5년간 분기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 거래금액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머크(MSD)가 다이이찌산쿄와 선급금 40억 달러(약 5조2600억원)를 포함해 최대 220억 달러(약 28조9300억원)에 달하는 3개의 ADC에 대한 개발과 판매 계약을 체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업들은 보다 검증된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투자 리스크 완화 차원에서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꼽히는 ADC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ADC 거래 건수는 지난해 35건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거래 금액은 430억 달러(약 57조원)에 달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