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 업데이트] 직원 발명품 제3자에 뺏기는 일 막는다…'직무발명 자동승계' 도입

2024-01-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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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A사와 B사는 치료기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계약을 맺었다. 연구책임자는 A사 연구원으로 정했다. 이후 A사 연구원은 특허발명 3건을 완성했는데 이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B사에게 양도했다. B사는 자사의 명의로 특허발명을 출원했다. 뒤늦게 A사는 "B사가 양도받은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특허권이전등록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사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직무발명은 사용자 등이 권리 승계의사를 발명자에게 알린 때부터 그 발명에 대한 권리가 사용자 등에게 승계되는 것이 원칙이고, 직무발명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며 "A사의 승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직무발명 완성 즉시 사용자가 승계하도록 하는 '직무발명 자동승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발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직원으로부터 직무발명을 승계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승계 의사를 통지하는 동안 직원이 이중으로 권리를 양도할 경우, 사용자가 이같은 권리를 되찾아오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로 직원이 발명을 완성한 시점부터 사용자가 권리를 자동승계 하게 되면 A사 사례와 같이 직원의 발명을 다른 회사에게 뺏기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직무발명 완성시' 사용자에 권리 자동승계…'이중양도' 문제 개선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직무발명 자동승계제도'와 '자료제출명령 및 비밀유지명령' 도입을 위한 발명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달 중 정부가 공포하면 그로부터 6개월 후인 오는 7월께부터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직무발명 제도란 직원이 업무범위 내에서 연구·개발해 완성한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승계할 경우 사용자가 직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줘야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용자와 직원 사이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절해 직원의 기술개발 의욕을 높이고, 기업은 기술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개정안은 '직원의 직무발명에 대해 미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승계시키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하도록 하는 계약, 근무규정을 정한 경우 그 권리는 발명을 완성한 때부터 사용자에게 승계된다'고 규정한다. 사용자가 승계를 원하지 않을 경우 직원에게 직무발명 완성사실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4개월 이내 불승계 의사를 통지하도록 했다. 

현행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사용자에게 승계되는 시점은 '사용자의 승계의사 통지시점'이다. 이를 '발명의 완성 시점'으로 앞당긴 것이다. 사용자의 승계 통지 전까지 불확정적 권리관계로 인해 직원이 제3자에게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는 이중양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다. 사용자가 불승계 의사를 통지하지 않는 이상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자동으로 승계하게 된다. 

김정대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현행법에 의하면 사용자가 승계 의사를 통지하지 않는 동안 종업원이 제3자에게 권리를 이중으로 양도해 제3자가 먼저 출원하거나 출원인 명의변경 신고를 마친 경우가 있었다"며 "이 경우 제3자가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용자는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안은 사용자의 승계의사 통지 여부와 무관하게 직무발명 완성 시점에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당연히 승계할 수 있도록 해 직무발명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사용자의 절차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이중양도 등으로 인한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발명의 완성시'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발명진흥법과 개정안 비교 자료제공법무법인 태평양
현행 발명진흥법과 개정안 비교 [자료제공=법무법인 태평양]
 
자료제출명령 제도 도입…합리적 보상금 산정 가능할 듯

개정안은 직무발명자인 직원을 위해 자료제출명령과 비밀유지명령 제도도 도입했다. 특허법에 준해 직무발명 보상금에 관한 소송에서도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직무발명 보상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증거자료를 소송 외의 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비밀유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 

현행법에는 직무발명 보상금에 관한 소송에서 증거자료 제출을 유도할 수 있는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이나 비밀유지명령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회사 측이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직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금 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다만 개정안에 따른 자료제출명령과 비밀유지명령 규정은 법 시행 이후 제기된 직무발명 보상금에 관한 소송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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