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자금 조달을 위해 촉발된 국내 은행권 간 고금리예금 경쟁이 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권으로도 영향이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권 간 수신경쟁 심화는 예금주들에게는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인 금융기관의 수익안정성은 물론 자본 관련 지표가 악화될 여지가 높아 기관에 대한 면밀한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1일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 제하의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예금취급기관 간 수신경쟁은 예금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금리 혜택을 제고시킬 수 있으나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예금금리는 수신 안정성 저하와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신금리 경쟁이 한창이던 작년 3분기 은행권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83bp(0.01%=1bp)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은행 예금금리 인상 기조에 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권 기관들까지 덩달아 고금리로 맞불을 놓으면서 비은행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같은해 4분기 142bp로 크게 확대됐다. '예금금리 스프레드'란 개별 예금취급기관의 분기별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와 91일물 CD수익률의 차이를 측정한 결과다.
또한 예금취급기관 수신경쟁과 재무안정성 간 관계를 패널모형로 분석한 결과 수신경쟁을 의미하는 예금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금융기관 총자산수익률(ROA) 변동성이 커져 수익 안정성이 하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추세는 금리상승기일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 직전 금리상승기(2015년 4분기~2019년 2분기)와 최근 금리상승기(2021년 3분기~2023년 2분기)를 나눠 비교한 결과 예금금리 스프레드가 커지면 재무안정성 지표가 악화되는 ‘음(-)’의 상관관계가 금리 상승시점에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에 은행발 수신경쟁이 촉발될 경우 그 파급영향이 예금 이외의 대체 자금조달수단이 부족한 비은행권에 빠르게 전이되는 점을 고려해 평상시 은행권 예금만기, 재예치 규모 등 유동성 관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유 과장은 "필요시 은행의 시장성 수신조달규제를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은행권은 위기 시 협회 차원에서 개별사에 시의적절하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