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시장금리는 내려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금리의 인위적인 인상을 주문하고 있는 탓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상당수 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0%포인트(p) 내리기로 했다. 예컨대 ‘국민수퍼 정기예금’ 고정금리는 현재 1.90~2.90%에서 상단이 2.70%로 떨어진다. 예금 상품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건 기준금리가 0.50%p 인상됐던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이 수신 상품 금리를 일제히 내리고 나선 건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기예금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2일 기준 3.276%로 올해 초 3.710%보다 0.434%p 떨어졌다. 이는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선제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주담대 혼합형 고정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올해 초 3.820%에서 지난 2일 3.204%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의 흐름과 반대로 오히려 오르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고정금리는 3.030~5.204%로 2주 전 대비 상단이 0.09%p, 하단이 0.19%p 높아졌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세 차례에 이어 이달 7일에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대 0.30%p 올랐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상승세를 꺾기 위해 은행에 가산금리 인상을 주문하며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있는 탓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81조1168억원으로 6월 말(573조6676억원)과 비교했을 때 한 달 사이 7조4492억원이나 불었다. 이는 지난 5월 말~6월 말 사이 가계대출 증가 폭(4조5506억원)보다 약 64% 더 커진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신 상품의 금리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출금리는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