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기 침체로 홍콩 H지수(HSCEI·H지수) 연일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돈을 맡기기에 가장 안전하다고 인식된 은행에서 판매됐기 때문입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발행된 H지수 ELS 종목 수는 총 1만2153개로 28조6958억원어치의 물량이 발행됐습니다. 이 중 같은 기간 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ELS는 5조2158억원(2493개 상품)으로 현재 10개 지수 중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ELS 불완전판매 민원 3분의 1이 65세 이상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민·농협·하나·신한·SC제일 등 5개 은행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민원 건수 및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1월까지 금감원 분쟁조정3국 은행팀에 접수된 민원은 총 35건으로 이 중 12건이 고령자가 접수한 민원이었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5건 중 4건, 2023년 1~11월 30건 중 8건이 고령자 민원이었습니다.
ELS는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말합니다. 만기는 3년이며, 6개월마다 조기상환 심사 평가가 진행됩니다.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만기 전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합니다.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 즉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기준(녹인·knock-in)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을 때 원금 보장과 함께 연 8% 수준에 해당하는 이자 수익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기준일이 이날 30일부터라면 1회차 조기 상환일은 5월 30일이 되며 3년 동안 총 6회차까지 집계됩니다.
추종 지수는 총 10가지로 H지수를 비롯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 스탁스50, 니케이225, 코스피 200 지수 등이 대표적입니다. H지수는 홍콩, S&P500은 미국, 유로스탁스는 유럽, 닛케이는 일본, 코스피200은 한국 증시에 따라 지수가 움직입니다.
ELS 상품은 한가지가 아닌 4가지 지수까지 같이 묶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2021년 2월 9일 출시한 '트루 파생결합증권(주가연계증권)' ELS 상품은 삼성전자 보통주·일본 닛케이225지수·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습니다.
해당 3개 주가지수 레벨이 90 이상이면, 조기상환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인식해 연 7~8% 수준의 수익을 지급합니다. 이때는 6개월 만에 상환됐으므로, 수수료를 고려하지 않고 8%로 단순히 계산한다면 4%의 수익이 지급됩니다.
문제는 2020년~2021년 초 H지수 ELS에 가입한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서 발생했습니다. H지수는 2021년 2월 17일 1만2228.63포인트까지 오르면서 2020년 이후 최고점까지 치솟았지만 지수는 이때를 기점으로 계속 미끄러져 현재 반토막이 났습니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 중 50개 기업을 추려 산출한 지수로 경기흐름에 민감한 종목들이 다수 상장돼 있습니다.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국영 금융기업을 비롯, 샤오미, 텐센트 홀딩스, 알리바바그룹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 등 우려는 중국의 금융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샤오미와 알리바바 등은 경기 흐름에 따른 투자심리에 민감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작년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H지수는 금융과 경기민감(시클리컬) 업종의 비중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중국의 경기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H지수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H지수가 급락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김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홍콩시장 내 비중이 높은 유럽계 자금(외국인 40%중 3분의 2추정)이 급격히 유출했다"며 "전인대에서 홍콩증시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 및 소비 분야에 대한 조치가 기대를 하회했고, 중국 ADR 상장폐지 공포 등도 주가 급락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판매 잔액(약 16조원)의 절반인 8조3000억원가량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옵니다. 손실 구간에 진입한 물량은 56%(4조7000억원)로 파악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략적으로 홍콩H지수가 8000포인트를 상회해야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