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순자산) 규모 10위에 드는 국내 대형·중견 증권사들이 신통치 않은 3분기 국내 경영 실적과 해외 사업, 최근 불거진 주가 조작 혐의 등 사건에 따른 당국 제재를 앞두고 표정이 좋지 않다. 해외 부동산 투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사태 확산, 기업금융(IB) 사업 부진으로 4분기에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국내 자기자본 10위 증권사의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을 합하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3조93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실적은 영업·순이익이 모두 4조원을 웃돌았다.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 5조2000억원에 가까웠는데 비교적 양호했던 상위 5대 증권사 영향이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이 누적 영업·순이익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보여 3분기 부진했던 미래에셋증권 실적 영향을 상쇄한 결과다. 자기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누적 영업·순이익이 각각 작년보다 19.1%, 19.3% 줄었다.
5위권 밖에선 상황이 나쁘다.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다 합해도 2조원(전년 대비 8% 감소)이 채 되지 않는다. 누적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1조4600억원이었다. 하나증권이 3분기 중 5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고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은 누적 영업·순이익 감소율이 20%를 넘는다.
키움증권은 3분기에만 영업이익 2700억원, 당기순이익 2000억원을 기록해 자기자본 규모 5위권 증권사들 실적을 압도했다. 누적 영업이익 8400억원, 누적 당기순이익 63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20일 공시에 따르면 '영풍제지' 하한가로 고객 위탁계좌에서 5000억원 가까운 미수금이 생겨 관련 손실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 실적 부진은 3분기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매각 손실(600억원)과 프랑스 마중가 타워 손상차손(400억원) 등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CJ CGV 전환사채 발행 당시 흥행 실패로 발생한 투자자산 평가 손실(100억원대) 때문이다.
남형탁 흥국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해외 지분투자자산 손상차손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고 미국과 유럽 등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지속되기 때문에 순이익 변동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현지 법인에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증권사는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상각을 완료했으나 예기치 못한 부동산 부실 문제가 발생하면 추가 손실인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리더십 리스크도 불거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안건 소위원회를 열어 박정림 KB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CEO, 정영채 NH투자증권 CEO에 대해 2020년 라임, 2021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관련 제재안을 논의하고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 이유로 문책 경고 제재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오는 29일 정례회의에서 이를 확정한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사전 통보했다. 나머지 증권사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