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사업한다고 주가 띄워놓고… 추진 실적 전무한 기업 '129개사'

2023-11-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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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불법행위 적발되면 고발 조치"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사례1. 국내 주식시장 상장 법인인 A회사는 지난해 12월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사업 목적 추가 안건을 공개하고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를 통해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당시 A사 주가는 1000원대로 저점 부근에 머물고 있었지만 안건 공개와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실제 정관에 신사업 관련 내용이 포함되자 순식간에 4배가 뛰며 단기 고점인 4000원을 돌파했다.

A사 최대주주와 관계인들은 주가가 급등하던 4월부터 보유 중인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꾼 뒤 고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한 5월까지 주식을 팔아 대규모 차익실현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주식 전량 매각과 함께 신사업은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올해 금융감독원이 2차전지 등 주요 테마 업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상장사에 대해 추진 여부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이 이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의 경우 불공정 거래 개연성도 확인되고 있는 만큼 부정 행위 적발 시 수사 기관에 통보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2차전지를 포함해 △메타버스 △가상화폐·대체불가토큰(NFT)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 등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 233개사 중 55%에 해당하는 129개사가 현재까지 관련 사업 추진 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최근 상장사를 중심으로 증시 이슈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지난 4월 신사업 진행경과 공시 및 허위 신사업 추진 관련 조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후속 조치로 정기보고서상 신사업 진행 경과 기재를 의무화하도록 기업공시 서식을 6월에 개정했다.

사업 추진 실적이 전무한 129개사에 대해 금감원의 회계·조사·공시 등 관련 부서에서 추가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이 수년간 영업손실 및 자본잠식, 최대주주 변경 등으로 재무·경영 안전성이 낮았다. 

여기에 횡령·감사의견거절 등의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등 투자 고위험 종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129개 신사업 미추진 기업들 중 최근 3년(2020~2022년 기준)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장사 비율은 42.6%에 달했고 최대주주 변경 기업은 36.4%로 집계됐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비율은 29.5%, 상장폐지 사유 발생은 21.7%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도 11.6%나 됐다.

특히 일부 상장사들에서 대주주 관련자가 신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운 뒤 CB를 주식으로 전환, 대량으로 매도하고 갑작스러운 물량 출회에 주가가 하락하면 사업 추진 계획을 철회하는 등 부정거래 의심 혐의도 발견됐다.

이와 함께 상습 공시위반 전력도 갖고 있다. 미추진 기업 중 정기·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과징금을 포함해 과태료·경고·증권발행제한조치 등 제재를 받은 기업이 25%(31개사)나 됐다.

아울러 최근 실시한 신사업 진행 경과 조사와 관련해 올해 반기보고서 중점 점검에서도 기재 미흡 회사 비율이 65%(84사)에 이르는 등 전반적으로 공시 성실성이 크게 떨어졌다.

자금조달도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 말 기준 신사업 추진 발표 전후로 유상증자 및 CB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전체 74%(95개사)로 조사됐다.

자금조달 규모는 평균 496억원, 횟수는 4회로 상장사 전체 평균인 254억원, 0.9회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외부에 공개할 필요 없는 사모 사채 등을 통해 주로 조달했는데 이 경우 신사업 추진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한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사적 유용할 우려도 강해진다.

국내 상장 기업들의 이 같은 실태와 관련해 금감원은 담당 부서별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회계감리1·2국은 신사업 미추진 기업에 대해 심사·감리 역량을 집중하고 회계처리 적정성을 집중 점검한다. 

세부적으로 이미 심사 대상에 오른 14개사에 대해서는 미추진 관련 자산 손상 인식 여부 확인 및 자금 조달 과정에서의 회계 적정성을 중심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심사대상에 선정되지 않은 기업이라도 혐의 발견 시 회계 처리 위반 등을 적극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1~3국은 신사업 추진 발표 이후 사업 진행이 부실한 기업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 여부 및 철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이미 허위 신사업 추진 관련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포착된 일부 기업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향후 주요 신사업 발표 회사는 주가 급등 시기의 매매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상매매 발견 시 신속하게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시 심사실은 미추진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 과거 발표한 신사업 진행 실적 및 향후 계획을 정확히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중점 심사한다. 

과거 신사업 발표 전후 자금조달과 관련한 실제 사용 내역 등도 면밀히 확인해 충실히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 추진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 등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 위법행위로 보고 관련 부서가 적극 공조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불공정거래, 허위 회계처리, 횡령·배임 등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수사기관 통보 등 필요한 후속조치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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