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탄소중립으로 균형발전 …저출산. 경제위기 해법

2023-11-18 08:50
  • 글자크기 설정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김포시를 서울특별시에 편입하는 공약을 둘러싸고 정치권에 작은 파장이 일고 있다. 여당이 총선용으로 던진 1차 승부수가 불러올 정치적 효과는 예단하기 어렵겠지만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는 대답(55%)이 ‘좋게 본다’(24%)는 대답보다 두 배 넘게 나온 것이나 코리아리서치 등 4개 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선거용 제안’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68%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긍정적 응답 19%보다 압도적인 평판을 보인 조사 결과는 이 제안이 ‘소탐대실’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제안은 헌법에 ‘균형발전’이 세 차례나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만 살펴보았더라도 결코 내세울 수 없었을 공약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제120조 ⓶항)을,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제122조)을,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제123조 ⓶항)을 규정하고 있다.
35년 전 시대정신이었던 ‘균형발전’은 이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까지 “한국 출산율 0.86명”(2022년 1분기 기준)을 언급할 정도로 한국의 저출산은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인구 위기 보고서’는 2040년 전체 인구 5000만명 선이 무너지면서 초·중·고등학생 수는 50.3% 급감하고 신규 병력 역시 43.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나 홀로 1%를 초과했던 세종시 합계출산율마저 금년 2분기 말 기준 0.94명으로 1명 아래로 하락했다. 2022년 전국 평균 0.78명을 기록한 세계 최저 출산율의 뒤에는 서울의 평균 출산율 0.59명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출산율의 배후에는 ‘각자도생’에 내몰린 청년층의 개인적 경제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스스로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없는 청년에게는 자신의 생계위기가 대한민국의 인구위기보다 훨씬 절박하며 청년 개개인의 생계위기의 총합이 대한민국의 인구위기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대출에서 20대 이하의 연체율이 0.44%로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100만원 이하 소액생계비대출의 이자 미납률도 20대 이하가 24.5%로 가장 높다. 대출받은 4명 중 1명이 매월 8000원 정도의 이자도 제때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생절차를 받고 있는 채무자도 46%가 20·30대이다.
이러한 열악한 경제 상태는 낮은 청년취업률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고용은 34만6000명 증가했지만 이 수치는 60세 이상 고용이 33만6000명 증가한 것과 거의 같았고, 청년층(15~29세) 고용은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8만2000명 감소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7만7000명, 1.7% 감소했다. 30세 이상 60세 미만의 취업률이 80%에 육박하는 데 반해 청년층의 취업률(46.4%)은 노인층(60세 이상)의 취업률(47.2%)보다 낮다. 전체적으로 취업률은 63.3%로 전년 동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지만 청년층만 불변이었다. 게다가 36만6000명의 청년이 구직활동을 포기한 ‘쉬었음’으로 나타난 것은 심각한 경고신호이다.
이러한 퇴행적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다시 연장하려는 시도로 청년층의 ‘자발적 실업’을 더욱 부추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의도는 특히 제조업에서 줄어드는 노동자 수를 노동시간 연장으로 메우려는 데 있겠지만 그 효과보다 먼저 장시간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MZ세대마저 반발했던 ‘주 69시간 근무’에 대해 최근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제조업과 건설업을 ‘일부 업종’으로 축소 포장하여 69시간 근무를 기필코 관철시킬 태세이다. 연장근무 수당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인 것은 ‘길게 일하고 길게 쉰다’는 해묵은 사탕발림이 노동 현장의 실상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포괄임금제의 남용으로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52시간 근무하면서 잠깐 경험한 ‘저녁이 있는 삶’이 워라밸에 가깝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노동시간 연장은 인구대책으로도 ‘독’이 된다.
기업에는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보다 혁신 없이 현상 유지할 수 있게 해주어 결국 경제성장과 국민후생의 증진을 좀먹는 ‘좀비기업’을 양성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청년들이 선택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기업을 지원하면서 압박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한국 제조업이 ‘저임금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길만이 한국 제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 숙련노동의 대(代)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지금이 이 함정에서 빠져나와 숙련노동과 청년노동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일 수 있다.
차제에 한국 경제에도 심대한 도전으로 다가온 탄소중립을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균형발전과 결합하여 인구 감소를 적어도 지연시키는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결합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전국적으로 분산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비용효율적이다. 기후금융을 활성화하여 에너지 생산에 지역 주민의 투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면 주민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에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조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득이 창출되면 사람이 모여들거나 떠나지 않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지역 대학이 활성화되고 지역 경제가 활기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고리로 하여 경제를 분산하여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한다면 균형발전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상호 배타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며 오히려 상호 보완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RE100이 필요한 산업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그렇지 않은 부문을 위해서는 원전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경제가 수출 지향적 성장을 유지하려면 재생에너지 생산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서울 말고는 갈 곳이 없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은 ‘메가시티 서울’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의 한계이다.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서울 집중이 아니라 균형발전이 답이다. 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위기에서 빠져나갈 탈출구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는 전세 사기와 ‘빚의 덫’에 빠진 청년층의 위기이고 ‘저임금의 함정’에 빠져 혁신을 망각한 제조업의 위기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면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지역 인재 육성, 지역 일자리 창출, 주민 소득 향상,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설계한다면 궁극적으로 인구 소멸을 지연시키는 효과도 가져다줄 것이다.



김호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