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현지 기업 대표들과 만찬을 갖고 "미국과 친구가 될 준비가 됐다"며 양국 관계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 둔화 우려에 더해 미·중 긴장 고조 등 대내외 리스크로 자본 유출이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날 시 주석이 착석하는 만찬 헤드테이블 자리에도 금융계 거물들이 대거 배치됐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재계 인사들과의 만찬 연설에서 강한 구애의 메시지를 던졌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이제 패권 추구에 관심이 없다”며 “중국은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냉전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그 누구와도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패권 전쟁은 물론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만찬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수년 내 대만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또한 인도에 ‘인구 대국’ 타이틀이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14억 중국인을 위한 현대화는 중국이 세계에 제공하는 거대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미·중 관계 리스크를 책임 있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해 중국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중국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분기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자본 유출이 가팔라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시 주석이 착석하는 헤드테이블에도 미국 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 창업자 스티브 슈와츠만과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CEO, 시타델증권 펑자오 CEO 등 금융계 인사들이 대거 배치됐다.
왕이 외교부장, 란푸안 재정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중국 대표단 9명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등 미국 대표단 3명도 헤드테이블에 착석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민간 교류를 중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중·미 관계의 이야기는 인민(국민)들이 쓴 것”이라며 “어려움이 클수록 (양국) 국민 간에 더욱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양국 관계의 미래는 청년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며 “청년 세대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5만명의 미국 청소년을 중국으로 초청해 교류하고 공부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양국 정부 간 교류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척 슈머 미 상원 원내대표,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과의 회담을 언급하며 “더 많은 미국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들, 그리고 미국 각계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 주석은 최근 집중 보도됐던 ‘판다 외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판다는 오랫동안 중·미 간 민간 외교 사절 역할을 해왔다”며 중국은 미국과 함께 판다 보호 노력을 지속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