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우리 간에 있었던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중 하나”라고 평하면서도,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군사 대화 재개, 인공지능(AI) 협력 등을 주요 성과로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소통에 나서기로 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둘 중 누구든 양국 간 어떤 것이나 우리 역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간에 어떤 우려가 있으면 수화기를 들어 상대방에 전화를 걸면 받기로 했다. 그것은 중요한 진전이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 계속해서 ‘격렬하게’ 경쟁할 것이라면서도 “나머지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 가능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중국 당국의 미국 국적자 출국금지, 인권, 남중국해 문제, 대만해협, 중국의 비시장적 경제 관행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의 입장은 ‘하나의 중국’이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또한 대만 선거 개입이나 펜타닐 등과 관련해 시 주석을 신뢰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과거 격언처럼 신뢰하되 검증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격언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왜 날 못 믿느냐”고 항변할 때마다 응수했던 러시아 속담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미·중 협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과거처럼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할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글쎄, 그는 그렇긴 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내 뜻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정부 형태를 기반으로 하는 공산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이란 점에서 그는 독재자”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발언이 중국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여름께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하자,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에서 미군 군용기를 위협하는 행태 등을 경고했냐는 질문에는 "일단 그 어떤 것도 충돌로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난 쿼드를 규합하고, 호주가 새로운 잠수함을 가질 수 있게 하고, 필리핀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사소한 일 몇 가지를 했다"며 "우리 행동이 말보다 강하며 시 주석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과 관련해 양측이 각자의 노선을 추진하는 것 외에는 오늘 회담에서는 큰 움직임은 없었다”며 “미·중은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본 뒤 대만 문제에 대한 다음 단계의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