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기후 협력, 펜타닐 밀매 근절, 군사 대화 재개, 소통 유지 등 총 4개 분야에서 성과를 이뤘다고 BBC가 보도했다.
우선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두 나라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 조치에 합의했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데 협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양국은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를 3배로 늘리는 전 지구적 노력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미·중 양국은 펜타닐 밀매도 근절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불법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회사들을 단속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펜타닐 중독으로 약 7만5000명이 사망했다. 중국 화학회사들은 펜타닐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전구체 화학물질도 공급한다.
다만, 브루킹스연구소의 반다 펠밥 브라운 연구원은 “중국이 이들 기업을 어떻게 추적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중국이 마약퇴치 협력을 미국과의 외교 협상카드로 계속해서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펜타닐 불법 거래 상당수는 멕시코를 통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직접적인 수출에 대한 단속이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양국은 군사 대화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우선순위였다.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후 미국과 중국 간 군사 대화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특히 중국 풍선 사태 이후 양국 관계는 더 악화했다.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냉전 기간에 미국과 소련은 핵보유국 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오해를 막기 위해 항상 군사 대화를 유지했다”며 “이것은 이제 중국과 미국 사이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과의 평화적인 통일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을 너무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면서도 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악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교적 성과라는 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향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당신과 내가 지도자 대 지도자로서 오해와 의사소통의 오류 없이 서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충돌과 대립은 양측 모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BBC가 꼽은 네 가지 성과 외에 인공지능(AI) 협력, 항공편 확대, 인적 교류 등을 이번 회담의 주요 성과로 봤다. 미·중 양국은 AI 관련 정부 간 대화를 위해 실무그룹을 열기로 합의했다.
또한 미·중은 직항편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로나19 발생 전 미·중 항공편은 주당 340편에 달했다. 이달 9일부터 미중 항공편이 주당 70편으로 늘어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내년에는 항공편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양측은 활발한 인적 교류를 위해 학생, 청소년, 문화, 스포츠 및 비즈니스 교류 확대에도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