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과 영업이익이 코로나19 이전만 못하다 하더라도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은 아닌데 은행이 (신규) 대출에 담보부터 요구해 대출 심사가 한층 강화됐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들도 은행 문턱이 높아졌다는 평이 부쩍 늘었다. 특히 시설투자금보다 운영자금을 위한 대출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인천에 본사를 둔 A중소기업 대표)
“얼마 전 추가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다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자금이 부족해 은행을 찾았는데 추가 대출을 받으려면 앞서 받은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야 가능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은행을 찾았는데 돈부터 갚으라고 하니 막막했다. 결국 대출은 받지도 못하고 이전에 받았던 대출금을 제때 갚아야겠다는 부담감만 안고 발길을 돌렸다.”(경상남도 소재 B중소기업 대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로 운영자금 마련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높아진 은행 문턱에 좌절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예금은행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010조9160억원으로 5년간 337조580억원 늘어 50.0% 증가했다. 특히 서울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35조200억원으로 5년간 126조3100억원 늘었다.
문제는 연체율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는 데 있다. 전국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6월 기준 0.43%로 1년 전(0.24%)에 비해 1.8배 높아졌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래 가치를 따지는 시설투자 관련 대출은 사정이 괜찮지만 운영자금을 위한 대출은 받기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한계기업 등 취약 업종 연체율 상승세가 기업대출 전반적인 부실로 확산될까 봐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중소기업들이 높아진 은행 문턱을 대신해 정책 자금으로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정책자금은 중소기업 신용평가 점수뿐만 아니라 사업자 체납 사실과 사업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하고 심사해 지원된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한도와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경쟁률이 높아 예산도 금방 소진된다. 또한 신용점수가 좋지 않거나 담보가 없으면 낮은 한도에 고금리로 지원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고금리를 감당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이자를 내지 못한 채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로 인해 매달 갚아야 할 대출금이 크게 늘고, 이에 따라 경영난에 빠진 지역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결국 문을 닫는 등 파산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