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인수합병(M&A)을 놓고 관망세를 지속하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관련 업계 매물들이 쌓여가고 있다. 무려 10여 곳에 이르는 업체들이 시장에 나와 있거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선 해당 매물들이 사모펀드 먹잇감으로 전락해 3~5년 주기로 매물들이 사고팔리는 악순환이 지속될까 우려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과 MG손해보험,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현재 보험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KDB생명은 최근 하나금융과 진행하던 인수합병이 무산됐지만 모기업인 산업은행이 그간 인수를 지속적으로 타진한 만큼 추가 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MG손보는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에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당국 차원에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ABL생명은 현재 다수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며 롯데손보는 최근 매각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매각을 본격화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등이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상상인은 금융위가 최근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한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을 의결함에 따라 두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부터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애큐온저축은행도 인수 5년째를 맞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들이 사모펀드로 매각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사모펀드에 의한 인수 러시가 잇따를 수 있다는 견해다. 특히 제2금융권 중소 업체들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관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현재 롯데손보와 MG손보 최대주주는 각각 JKL파트너스와 JC파트너스다. 애큐온저축은행도 2019년 홍콩계 펀드인 베어링PEA가 인수했다. 최근 ABL생명과 MG손해보험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도 사모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인수 후 엑시트(지분 매각)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주 목적인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면 장기적 기업 체질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반복적인 주인 교체로 내부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피인수 업체 신용도 저하 가능성과 계약자 피해 역시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당시에도 대주주에 대한 경영 책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권은 "단기 이익에 치중하는 사모펀드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안정된 금융자본의 시장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사모펀드로서도 장기적 주인 의식이 부재할 수밖에 없어 불완전판매 등을 초래하는 원흉으로 작용해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