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부가 4267억 달러(약 576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다. 특히 경제사절단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대한항공, CJ, HMM 등 관련 기업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살레 빈 나세르 알자세르(Saleh bin Nasser Al-Jasser)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열린 ‘사우디-유럽연합(EU) 투자포럼’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향후 10년간 426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2030년 이슬람 성지 메카 순례자 3000만명, 관광객 1억명 유치를 목표로 항공센터와 각종 관광인프라에 투입된다. 또 운송·물류 서비스에도 상당한 금액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날 포럼의 성격으로 인해 알자세르 장관은 EU와의 투자협약을 강조했지만 한국 관광·물류 기업과의 MOU도 다수 진행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먼저 관광 분야에서는 사우디의 리야드, 다란, 제다 세 곳의 노선에 취항 중이면서 유럽 주요 노선을 모두 갖고 있는 대한항공이 의미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로 대(對)중동 운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에게는 사우디의 관광 분야 투자가 좌석 공급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류 분야 투자와 관련해서는 사우디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CJ대한통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에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를 구축하고 중동 물류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CJ는 특히 중동지역 국제배송에 중점적으로 투자 중인데, 사우디 교통물류부의 발표로 인해 사업확장에 속도가 붙게 됐다. 대한항공의 대중동 항공물류에 거는 기대감도 커졌다.
사실상 중동향 노선이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 해운사의 신규 노선 개발과 추가 운임계약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유 운반을 하는 탱크선 시장에만 영향을 미쳐왔던 사우디가 향후 HMM으로 대표되는 국내 컨테이너선사와의 물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적 선박이 중동에 가는 일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단지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난 수준”이라며 “하지만 사우디가 중동 물류 허브 구축을 위해 투자를 한다면 아시아와 중동-유럽을 잇는 역할을 국적 선사가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경제사절단은 이날까지 사우디에 머물다 카타르로 이동한다. 경제사절단이 현지에 있는 도중에 발표된 투자계획인 만큼 국내 기업과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