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국적 마약사범 6명을 처형했다. 이에 이란이 사우디에 즉각 강력 항의하면서 우호 관계를 유지하던 양국에 균열이 일어날지 이목이 쏠린다.
1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6명의 이란인들이 해시시(농축 대마)를 밀수하다가 적발돼 담맘에서 사형에 처해졌다고 밝혔다. 사형 날짜를 밝히지 않은 사우디 내무부는 “이번 처벌은 이슬람법에 따른 것이며 시민과 주민을 마약의 재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마약시장 중 하나로, 시리아 등지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와 연계된 마약 밀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한때 마약사범 사형 집행을 유예하다가 2022년 11월 재개했다.
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사우디는 올해 330명을 처형했으며 이는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며 “이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22년 사형 집행이 살인 사건에 한정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와 상충된다”고 짚었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는 2022년 언론 인터뷰에서 살인 사건이나 개인이 여러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이외에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국·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다. AFP통신은 사우디의 사형 집행이 2022년 170건에서 지난해 최소 338건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처형된 사형수 가운데 외국인이 129명, 마약사범이 117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란의 인권단체 압도라만 보루만드 인권센터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최소 930명을 처형했다. 2023년과 2022년의 처형 건수는 각각 811건과 579건으로 나타났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사형 선고의 상당수가 마약과 관련이 있으며 비교적 쉽게 선고·집행되고 있다”며 “인권단체들은 사형 집행 증가가 지속적인 불안 속에서 대중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중동의 앙숙으로 유명하다. 두 나라는 종파 갈등과 역내 패권 다툼으로 수년간 국교를 단절하고 반목하다가 2023년 3월 중국의 중재 아래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양국 관계가 다시 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AP통신은 “사우디의 이번 처형은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