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은 전통 의상을 입은 수문장이 지키는 정문 ‘대한문’을 느릿한 발걸음으로 통과했다. 13km 코스 대부분을 지나온 터라 참가자들은 다소 쉬어가듯 천천히 궁궐을 둘러봤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덕수궁은 정문에서 정전인 중화전까지 거리가 비교적 짧다. 중화전은 건물을 둘러싼 행각이 없어 멀리서도 외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참가자들은 중화전 북서쪽에 있는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전’을 보고 구한말 대한제국의 모습을 가늠해보기도 했다.
고 씨는 “서울에서 50년을 살았지만, 궁궐을 둘러볼 일이 정말 없었다”며 “이런 트레킹 기회가 정말 귀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박승영(42) 씨는 “날이 개고 난 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덕수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아내와 세 자녀 등 다섯명의 가족이 트레킹에 나섰다. 그는 덕수궁 이곳저곳에서 깊어가는 가을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원래 산행을 즐기는 이인호(62) 씨는 이번 기회에 “덕수궁을 더 알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서울시청 앞을 자주 오가면서도 바로 앞에 덕수궁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덕수궁에서 경희궁으로 돌아가는 돌담길은 다른 볼거리로 가득했다. 돌담길에서는 각종 체험 부스와 길거리 공연들이 다른 단체에서 주최한 행사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외국인 유학생 등 일부 참가자는 정동길 로터리에서 록 음악 길거리 공연을 한참 동안 구경한 뒤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