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늦어도 11월부터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수출 증가율을 선행하는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한 분기 만에 재차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며 90.2를 기록했다.
EBSI는 수출 여건이 전분기와 유사할 것으로 기대될 때를 100으로 한다. 100을 하회하면 전분기 대비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을 전망한다는 의미다.
세부항목별로도 100 이상을 기록한 항목이 없었다. 제조원가, 채산성, 통상 마찰 등 모든 세부 항목들이 수출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산업별로는 그간 강세를 보였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전분기 대비 대폭 하락(106.5 → 77.4)했다. 3분기 EBSI 반등을 이끌었던 반도체 부분 역시 재차 크게 하락(128.5 → 99.3)했다.
9월 1~20일까지의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9.8% 증가했으나,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조업일수 영향이다. 일평균 수출액은 7.9% 감소해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20일까지의 데이터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대(對)미국, 대EU 수출이 각각 30.5%, 32.7%의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한 와중에도 대중 수출은 여전히 9.0% 감소했다는 것은 아직 대중 수출의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4분기 서베이에서는 지난 분기 대비 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을 수출 애로 요인으로 꼽는 비율이 증가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재차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국 수출 활성화에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 애로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꼽는 비율이 20%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도 12%로 수출대상국의 경기 부진을 제외하고는 두 가지 항목이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요 부진으로 가격 인하 압력을 받는 가운데 유가 등 높은 원재료 가격은 기업 마진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고유가 상황이 심화되고 있어 4분기 소비 방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의 각종 부양책들이 등장하고는 있으나 올해 내내 지속된 부양책에도 경기가 쉽사리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지표로 확인되기 전까지 섣부르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4분기 한국 수출은 기저효과 영향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할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에서는 경기 흐름이 바닥에서 서서히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수출은 10월, 늦어도 11월이 되면 플러스로 갈 것"이라며 "유가 역시 지금보다 폭등한다는 전망보다는 향배를 봐야한다는 전망이 더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