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조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펀드를 조성해 가치 평가가 어려운 딥테크(기술 중심 스타트업), 세컨더리(회수) 분야 영위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성장 사다리 펀드는 국내 벤처 생태계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 펀드다.
금융위원회는 25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정부 관계부처, 정책금융기관, 청년창업재단과 함께 '제4차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열고 성장 사다리 펀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성장 사다리 펀드가 지난 10년 동안 기업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 모험자본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성장 사다리 펀드가 이런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별도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탓에 주로 일반성장기업에 투자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치 평가가 어렵고 투자 기간이 길어 민간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세컨더리 분야, 산업정책 등과 관련된 매칭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 예컨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합성생물학, 로봇기술, 신소재재료, 핵융합 등 딥테크 분야와 기후대응 분야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성장사다리펀드는 기존 성장사다리펀드 투자에서 회수되는 원금을 출자해 만들어진다. 오는 2024년 1896억원, 2025년 2614억원 등 매년 약 2000억원의 모(母)펀드 출자를 기반으로 1조원 이상의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봤다.
이날 회의에서는 5대 중점 전략 분야(글로벌 초격차, 미래 유망산업, 산업구조 고도화, 유니콘·벤처 중견기업 육성, 기업 경영애로 해소)에 대한 정책자금 공급 실적 등도 함께 공유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산은·기은·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5대 중점 전략 분야에 73조8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연간 목표치(91조원) 대비 집행률은 80.4%로 목표 집행률(66.7%)을 초과 달성했다.
김 부위원장은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고금리·고유가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는 만큼 남은 기간에도 기업들에 자금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부처들과 협의해 세심하게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각 부처별로 산업정책과 수요를 고려해 정책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면 정책금융기관들은 해당 예산을 기반으로 특별대출, 협약보증, 공동펀드 조성 등을 통해 충분한 규모로 정책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 더해 정책금융기관 자체 여력을 해당 프로그램에 우선 배분해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